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최고 지지율을 달성했지만,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돼 당과 분리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지지율과 직결된 윤 대통령 분리 문제로 정치적 갈림길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관계자 21일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지율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쿠키뉴스 취재진과 만나 “현재 지지율은 강성 지지층과 반(反) 이재명의 목소리가 뭉친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심리가 진행되고, 서부지법 폭력사태가 반영되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16~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46.5%, 민주당 39.0%로 집계됐다. 양측의 차이는 7.5%p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오차범위 밖 격차를 보였다.
‘정당 지지율’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대다수의 수도권과 중도층, 대다수 연령층에서 지지율이 상승했다. 국민의힘은 수도권인 서울과 인천·경기에서 각각 5.8%p, 7.7%p 지지율이 상승했다. 그뿐만 아니라 중도층에서도 4.5%p가 올랐다. 연령별로도 40대(11.8%p), 50대(8.3%p), 30대(7.9%p), 60대(6.8%p), 20대(3.6%p) 순으로 지지율이 상승했다.
해당 관계자는 ‘당의 지지층 딜레마’에 관해 “윤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강성 지지층과 여론조사 지표에서 나오는 중도층이 함께 유지하기 어렵다. 어느 시점에는 윤 대통령과 분리가 필요하다”며 “당과 대통령의 분리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면 지지율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도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당이 반사효과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구속된 상황에서 당이 방어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쇄신·혁신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 나온 지지율만 믿고 당이 나아가긴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의 행보에 반대해 당 지지율이 올라가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이 시점에 적극 메시지를 내고 움직여야 민주당에 돌아선 중도층을 포섭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정선거 관련 조언이 있으리라는 기대도 무너졌다. 더는 돌파구가 없는 상황”이라며 “강성 지지층과 중도층이 함께 가기 힘든 만큼 체제전환이 부드럽고 빨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높을 때 체제전환 해야 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당심과 당선이 맞물려 있어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지율 붕괴에도 핵심 지지층을 잡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강성 지지층의 결집과 민주당·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반발이 모여 이러한 지지율이 나왔다. 높은 지지율이 나올 때 민심과 당심을 잡을 체제전환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중도확장성을 가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 등을 내세우긴 힘들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과 적당히 거리를 벌리고, 민주당과 각을 세워 절차적 문제를 계속 공격할 것”이라며 “당심이 당선과 직결된 만큼 지지율 붕괴에도 핵심 지지층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97%), 유선(3%)를 병행해 진행됐다. 응답률은 7.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 3.1%p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