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심야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고, 열악한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1일 ‘쿠팡 택배노동자 심야노동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청문회’를 열었다. 이날 청문회에선 택배기사의 과로사 문제를 비롯해 연속적 심야노동, 블랙리스트 의혹 등의 주제가 총체적으로 다뤄졌다.
환노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쿠팡을 향해 “이제는 노동과 상생하며 지속가능한 경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특히 청문회 전후 과정에서 노사정 등 각 주체와 긴밀히 소통해 진전된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문회 증인으로는 강한승 쿠팡 대표와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대표 등 3명이 참석했다.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의 여러 현안 중 가장 핵심이 과로사, 노동 강도 이런 부분”이라며 “전례를 찾아보기 드문 1년 365일 연속적으로 고정적인 야간 노동을 하는 문제가 계속 지적돼 왔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심야 배송, 연속적 심야 노동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 테이블을 만들면 동참하고, 사회적 합의 내용들을 성실하게 이행하겠다 이렇게 약속한 바가 있나”라고 질의하며 “적극적으로 의견도 개진하고 합의안이 도출되면 전면 개선해야 한다. 혁신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강 대표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도출되는 (노동 문제) 결론에 대해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답했다.
택배노동자의 업무 강도 또는 택배 분류 작업 등의 ‘공짜노동’을 방지하기 위한 해법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롤테이너에 담긴 물량을 분류하는 작업은 퀵플렉서의 업무 시간을 늘릴 수 있어, 경감 방안을 마련하라고 CLS에 요구했다. 홍 대표는 “영업주와 현장종사자의 의견을 수렴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 쿠팡 측은 노동조합 소식지를 배포했다는 이유로 택배 배송센터 출입을 제한한 택배 노동자에 대한 피해 보상도 다짐했다. 송정현 전국택배노조 쿠팡일산지회장은 2023년 7월 노조 활동을 이유로 쿠팡 캠프에 차량 진입 제한을 당했고, 지난해 말 대법원을 통해 부당하다는 판결이 내려진 상태다.
홍 대표는 “대법원 결정의 취지는 존중하며, 결과적으로 입차 제한 때문에 장기간 피해를 본 부분에 대해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현실적으로 피해를 본 부분에 대해 보상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송 지회장의 복직에 대해서도 영업점과 상의해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3년 간 지체되고 있는 CFS의 노조 교섭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 의원은 “쿠팡 CFS의 노조와 교섭을 2021년부터 요구했고, 약 50여 차례 교섭이 진행됐지만 임금,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고 있다. 국내 어떤 사업장에서 3년 이상 4년 가까이 아무런 진전이 없는 교섭 행태가 있냐”며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풀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쿠팡의 장시간 야간 노동과 악천후 근무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박해철 민주당 의원은 “고용부의 CLS 근무시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야간 노동자들이 하루 평균 10시간 48분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야간 노동 30% 가산을 감안하면 주당 76시간이 나온다. 과로사 산재에 365일 항상 노출돼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박 의원은 “장시간 야간 노동은 무조건 산재로 이어진다. 직고용은 악천후 때 근무를 하지 않는 반면, 특고는 77%가 근무를 한다”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자 홍 대표는 “악천후시 안전에 관한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쿠팡의 새벽 배송 시스템을 지적하며 “새벽 배송이 소비자들에게 편리한 건 맞다. 그것 때문에 기업이 성장했는데 노동자들의 희생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함께 보완해야 한다”면서 “새벽 배송의 물량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도 “새벽 배송이나 로켓 배송은 쿠팡의 경쟁력 중 하나다. 와우 멤버십이 쿠팡의 주요 수익 창출 구조다 보니 와우 멤버십을 하려면 새벽 배송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는 결국 배송 기사들이 과로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수익 구조다. 이런 점이 해소될 수 있도록 기업문화 개선과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강민욱 택배노동자과로사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프레시백 회수 업무가 ‘노동 착취’라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현재 프레시백 회수 업무는 착취에 가깝다”며 “저도 현장에서 프레시백을 비롯한 퀵플렉스로 일하고 있다. 오늘 아침 동료 기사들에게 물어보니 하루 회수하라고 할당된 프레시백이 1명당 최대 많았을 때 400개였고, 적어도 100개가 넘었다. 건당 100원을 받는 업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홍 대표는 “영업점과 현장 종사자 의견을 수렴해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이날 취업제한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쿠팡 경영진은 작성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다만 일반 직원들을 과로하게 만드려는 목적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일부 광범위한 부분에 대해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강 대표 역시 “블랙리스트 자료와 관련해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그 부분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쿠팡 경영진은 블랙리스트 제보자와 의혹을 보도한 취재진에 대한 고소 고발도 즉각 취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불참한 데 대해 여야는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 결과를 봐서 다시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다음에 출석을 요구할 때는 김 의장이 반드시 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트럼프 취임식은 가고 청문회는 안 나오나”며 “국회를 이렇게 무시하는데 고발해야 한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