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갤러리를 열고 “제주도 성산일출봉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찍었던 사진 보여줘”라고 말하니 관련 사진들이 뜬다. 또 “손흥민 선수의 이번 주말 경기 일정 찾아서 캘린더에 넣어줘”라고 말하니 캘린더에 일정이 추가됐다.
전작 대비 고도화된 자연어(일상 용어) 이해 기술과 AI 에이전트, 멀티모달 AI를 탑재한 갤럭시 S25 시리즈에서 모두 가능한 일들이다.
22일 오전 10시(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San Jose) 소재 SAP센터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5(Galaxy Unpacked 2025)’ 행사엔 오픈 1시간 이전부터 많은 인파가 몰려 대기 줄을 형성했다.
이날 현장에는 글로벌 미디어, 인플루언서, 파트너사 등 관계자와 관람객 등 70여 개국 약 2000명이 참석했다.
오전 10시가 되자 행사장 내 대형 스크린 영상 속에서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사업부장인 노태문 사장이 S25의 ‘나우 브리프(Now Brief)’ 기능을 통해 일정을 전달받고 커다란 양문을 열며 실제 행사장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노 사장은 오프닝 스피치를 통해 “1년 전 우리는 갤럭시 AI로 구동되는 최초의 AI폰을 선보였고 오늘, 우리는 다시 한 번 모바일 AI 혁신의 기준을 세우고자 한다”며 “오늘 여기에서 보여드리는 모든 것은 새로운 현실의 시작을 의미하며,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과 행동 그리고 이제껏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변화”라고 강조했다.
이후 드류 블랙카드(Drew Blackard) 삼성전자 미국법인 제품관리 부사장, 캐시 스미스(Cassie Smith) 삼성전자 미국법인 지속가능경영 차장, 프라빈 라야(Praveen Raja) 미국 삼성리서치 디지털 헬스팀장 등 관계자들과, 제미나이(Gemini)를 필두로 삼성과 손잡은 구글의 드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 구글 딥마인드 CEO 겸 창업자, 시시 샤오(Sissie Hsiao) 구글 부사장 등이 S25의 주요 기능과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현장의 청중들은 S25의 ‘오디오 지우개(Audio Eraser)’ 기능이 특정 영상 속의 목소리, 주변 잡음, 바람 소리 등 6가지 소리를 사용자의 간단한 조작으로 제거·조절하는 대목에서 박수갈채를 보내기도 했다. 또, 단체사진 촬영 과정에서 ‘모션 포토’ 기능을 활성화해 짧은 영상을 함께 남겨 AI가 이를 분석, 눈을 감지 않은 모습들만 찾아 ‘모두가 잘 나온 사진을 만들었다’는 시연 장면에서도 큰 박수를 보냈다.
이날 삼성전자는 S25 기본형, S25+, 울트라 외 마지막 히든 모델인 ‘엣지’의 짤막한 티저 영상을 공개하며 언팩 행사를 마쳤다. IT팁스터(Tipster) 등을 통해 사전에 알려졌던 ‘슬림’의 공식 명칭이다. 세부 스펙과 출시 일정, 가격 등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두께 약 6.4mm로 추측하고 있다.
언팩 브리핑 종료 후 즉각 오픈된 체험존에서도 베일에 싸인 엣지에 대한 관심도가 가장 높았다. 일정한 거리에서 육안으로 보기에도 ‘얇긴 하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넓은 공간에 조성된 체험존은 S25 시리즈의 외형을 비교하고 성능을 체험해보는 이들로 크게 붐볐다. 파트너 자격으로 참여했다는 인도 국적의 한 참석자는 S25에 자연어로 명령을 하고 이에 대한 결과를 확인하며 “간편하고 시간이 절약된다는 점에서 매우 useful(유용)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언팩 2025에 참석한 가운데 이들은 카메라·영상 AI 기능에 특히 주목했다. 간단한 영상 편집을 위해 이미 갤럭시 S24 울트라를 사용하고 있다는 미국 국적의 한 인플루언서는 AI 영상 편집 기능을 사용해보며 “보고 있는 그대로다. 아무래도 신규 기능인 ‘오디오 지우개’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Cool’이라는 감탄사를 뱉었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사용해본 S25는 확실히 자연어를 이해하는 능력이 전작 대비 향상됐다는 게 체감됐다.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이어가도 기기가 올바르게 이해하는 확률이 꽤나 높았다. 또, 구글과의 협업으로 유튜브 등 글로벌 앱에서 한층 진화된 ‘서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유용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2월7일부터 S25 시리즈를 국내 포함 전 세계에 순차 출시한다. AI 경험을 넘어 모바일 AI 시대의 개막을 알린 삼성의 원대한 비전은 전 세계에 실현될 수 있을까. (새너제이=김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