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길잡이가 나왔다.
솔과학 출판사의 신간 ‘두 얼굴의 중국 경제…피크 차이나 VS 차이나 쇼크’는 중국 경제의 양면성을 집중 조명했다. 피크 차이나는 중국 경제가 이미 정점에 올라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하기 어려워진 약해진 모습을, 차이나 쇼크는 미국은 물론 세계 산업에 타격을 줄 정도로 강해지고 있는 모습을 의미한다.
이처럼 엇갈린 시각은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세계적 논쟁과 부합하고, 독자들에게 중국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특히 트럼프 2기 출범으로 미·중 갈등 심화가 예고되는 시점, 현재 중국의 모습을 적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미·중 갈등의 향방을 점치는 데도 중요하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통점은 자신이 통치하는 기간에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일은 없을 것으로 장담하고, 반대로 상대가 집권하면 중국에 추월당할 위험이 커진다고 비난한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중국을 미국의 최대 위협으로 보고 추월을 저지하려는 게 미국 정치권의 공통된 사명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책은 시진핑의 격노를 불러온 중국 경제학자의 최근 에피소드부터 포춘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명단의 미·중 기업 숫자 변화와 같은 데이터, 10년 전 세계 31위 자동차 기업에서 지난해 ‘자동차 원조 기업’으로 통하는 미국의 포드를 제치고 세계 7위로 우뚝 선 것으로 추정되는 ‘비야디(BYD)’ 등의 사례를 동원해 중국 경제의 두 얼굴을 들여다본다.
유명 경제학자 피셔, 민스키, 킨들버거의 위기 관련 이론을 기반으로 중국 경제의 위기 가능성도 점검한다. 아울러 노동, 자본, 총요소생산성(TFP)과 같은 경제 성장을 이끄는 주요 요소를 통해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 역사와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 현실과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인구 고령화, 부동산 위기로 불거진 부채 리스크도 다룬다. 특히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성장방식 전환이 시급한 상황에서 총요소생산성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하는 저자는 이를 좌우하는 주요 영향 요인을 기술 진보, 정치 제도, 지정학 리스크의 시각으로 살펴본다. 제도 리스크와 지정학 리스크를 분석하면서 시진핑이 어릴 때 겪은 ‘문화혁명’ 트라우마를언급한다. ‘시진핑의 신시대’를 강조하는 시진핑과 ‘미국의 황금시대’를 내세운 트럼프를 비교하면서 리더십 스타일도 살펴본다.
저자는 중국 민영기업의 억제로 이어진 정부의 강력한 통제 경제 시스템으로의 회귀가 과거 소련식 경제모델로의 회귀를 떠올리게 한다는 중국 경제학자의 주장을 소개한다. 이는 현재 중국의 경제 구조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투자와 수출 주도의 경제 성장 방식이 미국의 견제 등 글로벌 시장의 충돌을 야기하는 현실을 전하고, 소비 진작이 활로라는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부각한다. 문제는 소비를 진작시키려면 부가 가계나 민간기업보다는 정부로 쏠리는 구조를 개혁해야 하는데, 통제를 강화하는 제도 변화가 이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저자는 특히 이미 방향이 정해진 기술의 추격은 통제 환경에서 되레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지만, 앞길이 보이지 않는 기술 혁신 영역에서는 통제 환경이 불리한 여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삼성과 LG를 제치고 세계 최대 LCD패널 업체를 일궈내 ‘중국 LCD산업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 반도체 굴기에 성공적으로 나선 사례나, 역경을 기회로 바꾸는 중국 화웨이의 리더십, 배터리 패권을 넘어 전기차 생태계 장악에 나선 CATL의 사례 연구 등도 읽을거리다. 특히 중국이 대만을 점령했을 경우 대만 TSMC 운명을 가늠해볼 수 있는 사례로 세계 최대 광학 렌즈 업체 독일 자이스의 역사를 소개했다. 자이스는 2차 세계대전 종전 때 옛 소련과 미국에 의해 쪼개진 아픔을 안고 있다.
책은 중국 경제의 성공과 한계를 함께 다룸으로써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한다. 저자는 특정 입장에 치우치기보다 다양한 데이터와 사례를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한·중 관계 역시 약한 중국이나 강한 중국 한쪽을 보기보다는 달라진 중국의 모습으로 리셋 돼야 한다고 본다.
자본재 국산화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홍색 공급망이 중국 국경을 넘어 세계화하는 추세임을 보여주고, 중국 자본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거두고 윈-윈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1~9월 한국에 대한 중국의 직접투자 규모가 2022년, 2023년 2년 치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현실과 중국이 한국에 대해 무역 흑자를 내기 시작한 현실을 주목하라는 것이다.
이 책은 미국이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로 꼽는 강대국의 경제적 실체를 파악하려는 이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된다.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이해하고, 대응책을 고민하는 기업인들에게 유익한 독서 경험을 제공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