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설 연휴에 긴장 높아진 응급실…“경증은 동네 병·의원 찾아달라”

긴 설 연휴에 긴장 높아진 응급실…“경증은 동네 병·의원 찾아달라”

기사승인 2025-01-28 06:05:05
보건복지부는 이번 설 연휴 기간 동안 전국 412곳 응급의료기관이 정상 운영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대형병원. 쿠키뉴스 자료사진

설 연휴 중 응급의료 현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번 연휴는 주말과 임시공휴일을 포함해 총 6일, 31일 하루 휴가를 쓸 경우 최대 9일까지 늘어나 응급의료체계가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의료진들은 중증도에 따라 적정한 의료기관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설 연휴 기간인 25∼30일과 징검다리로 이어진 주말(2월1~2일)까지, 8일 동안 문을 여는 병의원은 하루 평균 1만6815곳, 약국은 하루 평균 9070곳으로 집계됐다. 전국 412곳 응급의료기관은 연휴 기간 내내 정상 운영된다.

특히 이번 연휴엔 인플루엔자(독감)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행하고 있어 의료 현장이 분주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월 3주차(1월12~18일) 독감 의심 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57.7명으로, 전주 86.1명 대비 33% 감소했다. 다만 이번 절기 유행 기준인 8.6명 보다는 6.7배 높은 수준이다.

대한의사협회 감염병대응위원회는 지난 23일 권고문을 내고 “장기간의 설 연휴가 예정돼 있어 많은 국민들의 전국적인 대규모 이동이 예상된다”며 “확산 속도가 빠른 호흡기 감염병의 경우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나 밀폐된 공간에서 활동이 이뤄지면 전파나 감염 위험이 커지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고위험군 백신 접종과 개인위생 관리 등을 당부했다.

전공의 이탈 후 가동된 비상진료체계가 장기화되면서 의료진들의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다. 전국 수련병원 221곳의 상반기 레지던트 모집 결과, 2.2%만이 3월 복귀를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사진=곽경근 대기자

응급실 의사들은 설 연휴 기간 응급실 내원 환자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며, 경증 환자의 경우 집 주변 동네 병·의원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추운 날씨 속에서 호흡기 발열 질환이 유행하면서 응급실을 찾는 경증 고열 환자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만성질환이 없는 건강한 성인이 하루 또는 몇 시간 고열이 났다고 해서 응급실을 바로 찾을 필요는 없다”며 “집 주변 병·의원이나 호흡기 질환 협력 병원에서 우선 진료를 받아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도 “최근 서울에서 일산까지 응급진료 가능 여부를 묻는 전화가 자주 온다”며 “경증이라면 응급실을 방문하기 보단, 주변 병·의원에서 먼저 진료를 받는 것이 환자 본인과 사회 전체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인식”이라고 말했다. 

연휴 기간 중에도 24시간 당직 근무를 맡는다고 밝힌 이상학 원광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추운 날씨에는 뇌혈관 질환 발생 빈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이번 설 연휴에도 응급실을 찾는 고령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고령층은 연휴 기간 따뜻하게 챙겨 입고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등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응급의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원에 나서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올해는 호흡기질환이 유행해 연휴 기간 문을 여는 병·의원과 약국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면서 “보건복지부와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중심으로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최 대행은 “많은 국민께서 지난 추석 때 나보다 더 아픈 이웃을 위해 응급실을 양보하는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주셨고, 덕분에 응급실 과밀화가 최소화돼 위급한 환자들이 먼저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이번 설 연휴 기간에도 중증도에 따라 적정한 의료기관을 찾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정부는 설 연휴 기간 응급실 과밀화 해소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호흡기질환자 클리닉 115개소 및 협력병원 197개소 집중 진료 △전국 응급실 413개소 전담관 지정 △지방의료원 응급실 24시간 대응 △진료비 인상 등 진료 공백이 없도록 지원을 이어간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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