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1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핵심 사업인 반도체(DS, 디바이스솔루션) 부문 매출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면서 주가가 2%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로부터 HBM3E 8단 제품 공급을 승인받았다는 소식에도 주가는 힘을 못 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10시32분 전일 대비 1300원(2.42%) 내린 5만2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 초반 5만1700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게 됐다는 소식이 나왔지만, 시장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익명의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삼성전자가 지난해 12월 엔비디아 중국용 인공지능(AI) 가속기에 공급할 HBM3E 8단 공급 허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HBM3E의 엔비디아 공급은 긍정적 소식이지만, 최근 중국 AI 딥시크 등장으로 엔비디아 등 AI 산업구조에 대한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딥시크가 미국 업체보다 적은 비용을 들여 챗GPT와 맞먹는 AI모델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미국 빅테크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우려가 급부상했다. 딥시크 충격에 엔비디아 주가는 17일 17% 폭락하기도 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이날 공개한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의 부진한 성적표도 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9.9% 증가한 6조4927억원으로 집계됐다고 이날 공시했다. 매출액은 75조78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 늘었다.
그러나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부문 매출을 30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2조9000억원에 그쳤다. 시장에서 전망한 3조원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PC와 스마트폰 등의 수요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로 주력인 범용(레거시) 메모리가 부진한 데다 HBM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 약세가 지속되면서 올해 1분기 전사 실적 개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대신 AI 스마트폰과 프리미엄 제품군 판매를 확대해 실적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