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쇼크’에 서학개미 선택은…엔비디아 더 담았다

‘딥시크 쇼크’에 서학개미 선택은…엔비디아 더 담았다

딥시크 촉발 ‘AI 시장 지각변동’…엔비디아 주가 ‘내리막길’
서학개미 투자자 ‘엔비디아’ 선호 여전, 관련 ETF도 ‘폭풍매수’
“과도했던 우려, AI 수퍼 사이클 전망”

기사승인 2025-02-01 06:00:09
중국 AI 딥시크(DeepSeek) 앱을 보여주는 휴대폰 모습. EPA=연합뉴스

설 연휴 기간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쇼크 사태로 글로벌 대형 기술주 엔비디아 주가가 고꾸라진 가운데 서학개미 투자자들은 오히려 매수세를 나타냈다. 시장 충격을 오히려 투자 기회로 받아들이면서 저가 매수에 돌입한 셈이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7일부터 30일까지 서학개미 투자자들은 엔비디아 주식을 3억1554만달러 순매수했다. 이는 외화증권 순매수 결제금액 2위에 해당한다. 순매수 1위도 엔비디아와 AMD 등이 포함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SOXL ETF(Direxion Daily Semiconductor Bull 3X Shares)로 확인됐다. 순매수 규모는 4억2230만달러에 달한다. 3위는 3억1554만달러의 NVDL ETF(GRANITESHARES 2.0X LONG NVDA DAILY)다. 해당 상품은 엔비디아 주가 하루 변동 폭의 2배만큼 손익을 내는 ETF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전 거래일 대비 16.97% 폭락한 118.42달러로 뒷걸음질 쳤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도 5890억달러(약 846조원) 증발했다. 지난해말 기록된 코스피 시가총액(1963조원)의 약 43%가 하루 만에 사라진 것이다. 이는 미국 증시 역사상 일일 최대 손실이다.

엔비디아는 폭락 이후 유의미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8일 8.93% 상승한 128.99달러로 하락분을 일부 회복했으나, 바로 다음 거래일인 29일 또다시 4.10% 떨어졌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30일 종가 기준 124.65달러로 폭락 직전(24일) 기록한 142.62달러 대비 12.59% 내려간 상태다.

주가 폭락의 이유는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미국 빅테크 기업 대비 극도의 저비용으로 챗GPT와 유사한 AI 모델을 개발한 게 알려진 영향이 주요했다. 딥시크는 지난 20일 딥시크 R1을 선보였다. R1은 메타의 최신 AI모델인 라마(Llama)3 개발비의 10분의 1에 불과한 558만달러를 학습비용으로 사용했다. 가격 또한 100만토큰당 0.14달러로 GPT-4o(4.4달러) 대비 저렴하다.

이는 AI 모델 개발에 엔비디아의 비싼 AI 칩 사용 필요성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난 2년간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통해 전 세계 AI 열풍을 주도해 온 엔비디아의 시장 장악력 등 독점적 지위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딥시크의 성공 모델이 사실이라면, 이제 AI 혁신은 얼마나 지출하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개발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학개미 투자자들이 엔비디아에 집중하는 이유는 AI 산업의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설 연휴 기간 딥시크 때문에 많은 노이즈가 있었다”면서도 “그럼에도 미국 중심의 AI 산업이 계속 성장해 갈 것이라는 믿음 자체는 크게 훼손돼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쟁 국가 및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으나, 여전히 AI 산업에서 엔비디아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주도권 등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 영향”이라며 “우려감에 주가가 많이 하락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매수 기회를 여기고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가담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서학개미 투자자들의 판단을 긍정적으로 봤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딥시크는)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등 코어 기업들의 업계 내 경쟁력과 해자를 건드리는 이슈가 아니다”라며 “딥시크 비용 분석에는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 많고, 전방위적인 AI 응용처에서의 효용 역시 보장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하락은 좋은 매수 기회”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딥시크 모델로 인해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가 과도하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AI 수퍼 사이클의 파동은 더욱 진폭을 키우며 전개될 것이다. 보다 큰 변동성을 내포한 채로 AI 코어 인프라 기업들의 주가 우상향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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