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반도체특별법 ‘조건부’ 전향 입장…총 노동시간 내 ‘집중 근로’ 방점

이재명, 반도체특별법 ‘조건부’ 전향 입장…총 노동시간 내 ‘집중 근로’ 방점

이재명, 직접 좌장 맡아 토론회 주재
”특정 시기 ‘집중 근로’ 정도의 유연성 부여하는 게 합리적”
다만 고소득 연구직, 총 근로시간 유지, 한시적 근로 조건부
반도체특별법 수용 가능성 시사…쟁점 제외한 법안 先처리 가능성도

기사승인 2025-02-03 17:58:04 업데이트 2025-02-03 18:32:2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 디베이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반도체특별법의 최대 쟁점인 ‘주 52시간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와 관련해 총 노동시간은 유지하되 고소득 연구개발자에 한해 조건부로 적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기조를 밝혔다. 

이 대표는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 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 제외 어떻게?’ 토론회에서 “고소득 연구개발자에 한해 그리고 본인이 동의하는 조건에서 특정 시기에 집중하는 정도의 유연성을 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직접 좌장을 맡아 주재한 이날 토론회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 노사, 산업·노동법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국민의힘이 발의한 반도체특별법의 근로 시간 특례 조항을 두고 토론을 이어갔다. 해당 법안은 현행 52시간 근로제에서 일부 반도체 산업의 연구개발 직군이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대표는 “노사 간에 ‘법 개정을 통해 노동착취를 하려는 것 아닌가’하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사실이 아닌 것은 분명하게 하고 의심을 해소하는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법안 논의의 ‘대전제’를 거듭 역설했다.

이 대표가 강조한 ‘대전제’는 △연구개발 분야 한정 △1억5000만원 혹은 월 1000만원 이상 수준의 급여를 받는 고도의 전문 인력의 동의가 있는 경우 △총 근로시간 현행 체제 유지 △총 근로시간 범위 내에서 특정 기간 노동 시간 연장 △한시적 적용 후 필요 시 연장 등이다. 

그는 “반도체라는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며 “가능하면 노동 시간제에 예외를 두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 점을 설득하지 못하면 ‘그게 왜 안 되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경영계와 노동계는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경영계 측은 기술 중심 반도체 업계 특성상 현행 근로제의 준수에 어려움이 있다며 노동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노동계는 산업재해 증가 및 비효율 등을 들어 반대했다. 

김태정 삼성글로벌리서치 상무는 “주 52시간제의 경우 월말로 갈수록 근로시간이 부족해져 출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3개월 단위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갑작스러운 오류 발생 대응이 어렵다”며 “반도체는 산업 특성상 리더급에 한해 시급히 판단해야 할 상황이 발생한다. 이 부분을 조금 완화할 수 있도록 검토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범 SK하이닉스 R&D 담당도 “고객이 요구한 메모리를 공급하고 평가 시 문제가 발견되면 빠르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연구원의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노동계는 “주 52시간제 예외를 반도체 특별법에 담는 것은 노동자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반대했다.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위원장은 “장시간 노동은 혁신을 담보하지 않는다. 오히려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장시간 노동자 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자살률과 심혈관질환 발생이 높다는 조사가 노동자를 위협한다는 걸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토론 내용을 토대로 당내 논의를 거친 뒤 반도체 특별법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이 대표가 지난 달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반도체특별법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과감하고 전향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만큼, 민주당은 ‘주 52시간 제외’ 조항을 일단 배제한 반도체특별법을 처리할 가능성도 크다. 

이 대표는 “‘주 52시간 제외’ 조항) 문제가 합의될 때까지 반도체 특별법안의 (합의된) 다른 내용들도 처리를 미룰 필요가 있겠는가. 분리해서 반도체 지원법은 처리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내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겠다”고 덧붙였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권혜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