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액 깎는 ‘자동조정장치’ 조건부 수용?…“자동 아냐, 어불성설”

연금액 깎는 ‘자동조정장치’ 조건부 수용?…“자동 아냐, 어불성설”

기사승인 2025-02-25 06:00:17
쿠키뉴스 자료사진

정부와 국회가 조건부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대해 한발 진전된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재정안정론, 소득보장론 양측 모두 비판하고 있어 장치 도입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도 시민사회의 반발이 커지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24일 국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일 여야정 국정협의회에서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 논의를 본격화했다. 자동조정장치를 발동할 경우 국회 승인을 받는다는 조건 아래 민주당은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조정장치는 인구·경제 상황에 따라 국민연금의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조정하는 제도다. 가입자는 감소하고, 수급자가 증가하는 등 인구 상황에 따라 기금 고갈이 예상될 경우, 자동으로 납부액을 올리고 수령액을 줄이는 등의 조정이 가능하다. 정부는 물가상승률 만큼 연금액을 올리는 지금과 달리,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연금액이 물가보다 적게 오르는 식이라고도 설명했다.

장치를 도입하면 시간이 다소 걸리는 국회 논의 과정을 거쳐 연금개혁을 하지 않고도 재정 안정화 조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수급자의 연금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자동삭감장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1995년생(31세), 1985년생(41세), 1975년생(51세)의 연금액이 각각 16.3%씩 줄어들고, 2005년생(21세)은 15.1%가 줄어든 연금액을 수령한다는 정부 추계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현재도 받는 액수가 너무 적다 보니 ‘용돈연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노후소득 보장 기능이 지나치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양대 노총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연금 개악인 자동조정장치에 동조한 이재명 대표를 규탄한다”고 질타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도 24일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강력히 도입을 반대했다. 갑자기 민주당이 자동삭감 방안에 동의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라며 “민주당이 연금개혁을 급작스럽게 헐값에 ‘땡처리’ 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연금은 조속한 개혁이 필요한 과제이지, 졸속으로 대충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시민사회의 반발이 커지자, 민주당은 입장을 선회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제시한 국회 승인 조건부 자동조정장치 도입안은 진전된 제안”이라면서도 “소득대체율 44%안을 수용하면 자동조정장치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한 것이다. 민주당은 국회 승인 조건이 있어도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건부 승인’ 자동안정화장치 도입을 두고 재정안정화 측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24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재정 안정을 위해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조건부 승인이라면, 자동조정장치라는 이름을 붙이면 안 된다. 조건만 충족되면 발동돼야 자동조정장치 아니겠나. 국회 승인이 필요하다는 것은 자동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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