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정 현대ENG 대표, 취임 100일만에 위기…적자·중대재해 겹악재

주우정 현대ENG 대표, 취임 100일만에 위기…적자·중대재해 겹악재

기사승인 2025-02-27 06:00:04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현대차그룹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의 위기관련 능력이 취임 100일 만에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1조원 규모의 적자부터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 중인 세종~안성 고속도로 붕괴사고로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수사전담팀은 경기도 안성 고속도로 붕괴 사고 관련 회사 관계자들을 소환하며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 경찰과 정부는 사고원인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는 약 3개월 만에 막대한 적자와 중대재해를 책임져야하는 위기에 놓였다. 그는 취임 직후 지난해 1조2000억원 최악의 적자를 직면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전 사업장 등에서 공사 원가 급등과 공기 지연, 설계 변경 등으로 지난해 1조2401억원의 적자를 냈다.

여기에 중대재해 처벌 가능성까지 적신호가 켜졌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해 인명 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공무원, 법인 등의 처벌을 규정한 법률로서 2022년 1월27일부터 시행됐다. 사망한 노동자가 하청업체 소속 직원이라도 원청업체에 책임을 물을 수 있어 수사 대상에 주 대표도 포함될 수 있다. 

앞서 25일 오전 9시49분쯤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9공구 천용천교 건설 현장에서 교각에 올려놓았던 거더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자 10명이 추락 후 매몰됐으며 총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현장 담당 시공사는 현대엔지니어링, 호반산업, 범양건영 컨소시엄이다. 주관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이며 담당 하도급사는 장헌산업이다.

25일 경기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9공구 천용천교 건설 현장에서 교각에 올려놓았던 상판 4∼5개가 떨어져 내렸다. 이창희 기자

국토교통부는 사고 직후 현장을 통제했다. 또 공사에 사용한 ‘디알(DR)거더 런칭 가설’ 공법(거더 등을 사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사용 중인 도로 공사 현장 3곳에 대해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는 지상에서 크레인을 이용해 빔을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거치 장비인 런처를 통해 교량의 한쪽 끝에서 빔을 밀어서 연결하는 공법이다.

교각 위에서 빔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하중이 한쪽으로 쏠려 사고가 났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 관계자도 공법의 문제보다 고정 과정의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건설 업계 관계자는 “디알(DR)거더 런칭 가설 공법 자체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며 “제일 안정성 있는 공법”이라 밝혔다. 이어 “거치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해 엄정히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현장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근로감독관을 투입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안전조치 미흡으로 2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영업정지까지 가능하다.

주 대표는 해당 사고와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원인 규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주 대표는 26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당사가 시공 중인 ‘세종~안성 고속국도’ 공사 현장에서 소중한 생명을 잃고 부상을 입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가 발생했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상을 입으신 분들과 가족분들께도 사과드리며,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며 “당사는 회사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피해자 지원 및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조속한 현장 수습과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 기관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주 대표가 건설 경험이 전무한 재무통으로 ‘안전’과 관련해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지난해 말 현대자동차그룹 인사를 통해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에서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이동했다. 이후 다수 대형 건설사 신년사에서 ‘안전’을 강조한 것과 달리 주 대표는 지속 성장만을 언급한 바 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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