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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관세 협상을 위해 26일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한 가운데 방미를 앞두고 현대차그룹 등 재계 고위층과 비공개로 회동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안 장관은 26일부터 28일까지 미 행정부 및 주요 의원 등을 면담할 예정이다. 앞서 안 장관은 지난 24일 현대차그룹 고위 경영진과 비공개로 회동해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자동차 관세 대응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민관 공동 대응 방향을 긴밀히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안 장관은 현대차그룹 차원의 중장기 투자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향후 대미 협상에 관한 업계의 요구사항도 청취했다. 현대차그룹의 투자 전략을 대미 협상에 활용할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카운터 파트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의 취임 후 방미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25% 관세 부과가 예고된 철강 기업 경영진을 개별 접촉해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장관은 방미 기간 동안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고위 관계자 등 미국의 무역·통상 관련 고위급 인사들과의 면담할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정지로 한미 정상 외교가 부재한 상황이라 이번 방미는 통상 분야의 첫 한미 장관급 협의 자리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통상 문제와 관련해 한국에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와 향후 조치 등을 확인할 기회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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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는 4월 1일까지 상호 관세의 적용 방안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무역 정책 재검토 의사를 밝혔고 자동차·반도체 등 특정 분야와 함께 각국에 맞춤형으로 관세를 매길 전망이다.
이번 방미는 우리 측 입장을 최대한 개진해 정책에 반영되게 하는 것이 주요하다. 안 장관은 국내 기업들의 향후 대규모 대미 투자 동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통상 압력을 최소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부터 본격화한 미국의 제조업 부흥과 대중 견제 전략에 동참해 2023년부터 미국의 최대 투자국이다. 현대차그룹에 속한 현대제철 10조원대 미국 제철소 건설 등 대규모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이다.
또 안 장관은 반도체 과학법에 따른 투자 보조금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생산 보조금 등의 골간이 유지돼 한국 기업들의 안정적 투자 환경이 보장될 경우 한미 산업 동력이 힘을 받아 더욱 많은 대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득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에너지 분야에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인 알래스카 석유·가스 개발 사업에 민관 차원 참여 관심 의향을 표명할 예정이다. 민관 차원의 미국산 가스·원유 구매 확대 방안을 제안하는 것도 준비 중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