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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공지능(AI) 주도주인 엔비디아가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업권에 훈풍을 일으켰다. 블랙웰 공급 우려 해소와 차기 신제품 발표까지 공식화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의 상승 지표인 밸류체인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6일(이하 현지시간)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67% 오른 131.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초 116.66달러에서 12.53% 상승했다.
이같은 상승세는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에 기인한다. 엔비디아는 26일 2025년 회계연도 4분기(2024년 11월~2025년 1월) 실적 발표에서 매출액 393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한 수준이다. 주당순이익(EPS)은 0.89달러로 확인됐다. 순이익은 220억9000만달러에 달한다.
매출액은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월스트리트의 평균 예상치인 380억5000만달러를 3.3% 웃돌았다. 주당순이익도 예상치인 0.84달러를 상회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액은 355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3% 급등했다. 게이밍 부문(AI PC 포함)은 25억4000만달러로 11% 감소했으나, 자동차 및 로봇용 칩 부문은 5억7000만달러로 103% 늘었다.
엔비디아의 호실적은 AI 칩 매출이 이끌었다. 특히 엔비디아의 최신 제품이자 차세대 AI 칩인 블랙웰(Blackwell)의 영향이 컸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8월28일(현지시간) 실적발표 당시 신규 AI칩인 블랙웰을 4분기부터 양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복잡한 설계 때문에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에 이번 실적 결과를 좌우할 주된 변수로 부각된 바 있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분기에 블랙웰에서 110억달러의 매출이 발생했다”며 “블랙웰의 매출이 예상을 뛰어넘었고, 회사 역사상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도 “블랙웰의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되면서 1분기에 수십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수요가 놀라울 정도”라며 “하반기에는 블랙웰 다음 버전인 블랙웰 울트라를 출시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엔비디아의 신제품 출시 계획 공개에 따라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에도 긍정적이다. 기존 블랙웰 공급 우려 해소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밸류체인의 호재와 더불어 수요 증가에 따른 실적 상승 수혜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AI 가속기 세대가 진화할수록 더 많은 HBM이 필요해서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블랙웰 GPU에 탑재되는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향후 블랙웰 울트라에는 SK하이닉스의 HBM3E 12단 제품 12개가 탑재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D램 매출 가운데 40%는 HBM3E에서 발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부터 AMD 등에 HBM3E 8단·12단 제품을 양산해 판매하는 상황이다. 엔비디아 납품은 품질 검증을 아직 통과하지 못해 성사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말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 1분기말 개선 제품을 선보인 뒤 2분기부터 고객사 공급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DS부문장)은 이례적으로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해 HBM3E 12단 샘플을 직접 전달했다”며 “향후 HBM3E 제품 승인의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대형주의 단기 주가 흐름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리스크에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봤다. 실제로 엔비디아발 호재에도 전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0.53%, 1.87% 하락한 5만6300원, 19만9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구리 수입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조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 수입에 위협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등 조치로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로 트럼프 대통령이 232조 조사를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자동차, 의약품에 25% 이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어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첫 내각회의에서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가 여전히 유효함을 언급하며 시장 우려가 확산됐다”며 “최근 소비자심리지수 등에서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감지되는 와중에 트럼프의 관세 관련 강경 발언은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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