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통증과 가려움의 차이'… IBS, 독립 신경회로 찾았다

[쿠키과학] '통증과 가려움의 차이'… IBS, 독립 신경회로 찾았다

전측대상회피질 특정 뉴런 선택적 반응 확인
통증-가려움 선택조절 맞춤형 치료 가능성 제시

기사승인 2025-03-05 16:56:23
통증과 가려움 유발 자극으로 활성화된 뉴런의 시각화. 녹색은 1차 자극으로 활성화된 뉴런이며 빨간색은 2차 자극으로 새롭게 활성화된 뉴런이다. IBS 연구팀은 두 자극이 활성화한 뉴런의 위치, 중복비율 등 분포 패턴을 정량 비교해 통증과 가려움이 독립적인 뉴런 집단을 통해 처리됨을 확인했다. IBS

통증과 가려움은 말초 자극에서 척수, 시상, 뇌간을 거쳐 전측대상회피질(ACC)로 이어지는 같은 경로로 전달되지만, 서로 다른 생리적·행동적 반응을 유도한다.

하지만 뇌가 이를 어떻게 구별해 처리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가려움·통증 맞춤치료법 제시

기초과학연구원(IBS) 강봉균 인지및사회성연구단장 연구팀이 경북대 치대 고형곤 교수와 공동연구로 뇌 전측대상회피질에서 발생하는 통증과 가려움의 정보 처리과정을 규명하고, 특정 감각을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통증과 가려움에 대한 맞춤형 치료전략 개발과 더불어 감각경험의 신경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통증과 가려움증이 전측대상회피질 내 특정 뉴런이 자극 유형에 따라 선택적으로 반응, 별개의 신경회로로 처리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전측대상회피질은 기본적인 감각의 처리부터 기억 저장이나 고차원적 감정의 처리까지 수행하는 중요한 뇌 영역이다.
 
연구팀은 실험용 생쥐의 발에 포르말린을 주입해 통증을, 피부에 히스타민을 주입해 가려움을 유도하고, 자극으로 활성화된 뉴런을 형광 단백질로 시각화해 활성패턴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자극 종류에 관계없이 활성화되는 뉴런집단과 통증 혹은 가려움 중 특정 자극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뉴런집단을 발견했다.

이어 ‘듀얼-이그라스프(dual-eGRASP)’ 기법을 활용해 통증 또는 가려움 자극에만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뉴런이 전측대상회피질과 연결돼 감각정보 처리와 정서적 반응을 조절하는 ‘배내측시상(MD)’으로부터 자극별로 선택적 시냅스 입력을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통증과 가려움이 동일한 신경회로에서 다르게 해석되는 것이 아닌, 애초 입력경로가 다르고 각각 독립적인 뉴런집단에서 처리됨을 의미한다.

듀얼-이그라스프는 강 단장이 2018년 개발한 기술로, 특정 뉴런이 어떤 입력을 받고, 서로 다른 감각정보가 어떻게 구별돼 처리되는지를 시냅스 수준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연구팀은 화학·유전학 기법으로 통증 또는 가려움 자극에 반응하는 뉴런을 선택적으로 억제한 후 생쥐의 행동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통증 특이적 뉴런을 억제했을 때 쥐가 통증에 따라 발을 핥거나 움켜쥐는 행동이 감소했고, 가려움 특이적 뉴런을 억제하면 긁는 행동이 줄었다. 이는 특정 감각을 조절해 통증이나 가려움을 선택적으로 감소시키는 정밀한 치료법 개발이 가능함을 시사한다.

전측대상회피질과 배내측시상의 자극 특이적 뉴런 집단 간 시냅스 연결. (a)전측대상회피질 영역에 듀얼-이그라스프를 발현한 이미지, 중간은 가려움 유발 자극으로 활성화된 뉴런, 우측은 통증유발 자극으로 활성화된 뉴런 (b)가려움과 통증 유발 자극으로 활성화된 전측대상회피질의 수상돌기에 듀얼-이그라스프가 발현된 이미지, 청록색 사이안그라스프는 가려움 유발 자극으로 활성화된 배내측시상 뉴런으로부터 받는 입력, 옐로우그라스프는 통증 유발 자극으로 활성화된 배내측시상 뉴런으로부터 받는 입력. 전측대상회피질 뉴런으로의 시냅스 입력이 시냅스 전 영역인 배내측시상의 뉴런에 의해 미리 결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IBS

강 단장은 “이번 연구는 감각이 어떻게 신경회로를 통해 구별되는지 시냅스 수준에서 입증한 최초 사례”라며 “뇌의 핵심 영역인 전측대상회피질과 인지기능을 이해하는 데 토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통증과 가려움을 동반한 질환 치료를 위해 감각이 처리되는 신경회로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병리적 상황에서 통증과 가려움을 처리하는 신경회로 변화와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지난 4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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