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3법 샴페인보다 하위법령 제정부터 [취재진담]

에너지3법 샴페인보다 하위법령 제정부터 [취재진담]

기사승인 2025-03-07 06:00:08

가칭 oo법안, xx법…

국회에선 하루에도 수많은 법안이 발의돼 절차에 따라 가결되기도, 부결돼 사라지기도 한다. 부결의 원인은 여야 입장 차이, 사회적 공감 부족 등 다양하다.

하지만 가결된 모든 법안이 실효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몇몇 법안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재차 개정 절차를 밟거나 소위 계륵으로 남게 된 사례들을 봐 왔다.

법안이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집을 만든다고 가정했을 때 법률이 설계도라면, 시행령·시행규칙 등은 구체적인 건축·시공 계획이 된다. 법률엔 여러 요소가 작용하므로 개정 절차라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순서지만, 그만큼 ‘집’의 적기 완공은 어려워지는 셈이다.

최근 우리 에너지업계는 태양광, 풍력, 원전 등 발전원을 막론하고 큰 산을 넘었다. 이른바 ‘에너지3법(전력망확충법·고준위방폐장법·해상풍력특별법)’ 통과로, 에너지업계 주요 현안을 해결하고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도모할 수 있는 ‘설계도’를 얻은 셈이다.

지난 21대 국회부터 문턱을 넘지 못한 데다, 탄핵 정국 속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는 관점에서 크나큰 성과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바로 다음 관문에 있는 현실적인 숫자(기간)들을 봐야 한다.

지난해 기준 전국 주요 전력망 건설 사업 31건 중 12건은 지역사회 반발 등 소송에 휘말려 당초 계획 대비 크게 지연되고 있다. 11년 이상 지연된 사업도 있다. 전력망확충법이 통과된 데 따라 이러한 간극을 어떻게 좁힐지 모색해야 한다. 나아가 ‘지방자치단체장이 60일 이내 주민 의견을 수렴해 회신하고 이 기간이 지나면 협의를 마친 것으로 간주’할 때, 실질적인 주민수용 절차는 어디까지 정부가 주도할지 등 세부 논의도 필요하다.

당장 2030년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포화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임시 저장 절차와, 중간저장시설·영구 폐기장 건립을 위한 부지 선정, 주민수용 방안 등 논의도 시급하다. 고준위방폐장 건설에 37년이 걸린다는 업계 분석이 나오는 반면, 2030년은 앞으로 5년 뒤다.

아울러 해상풍력특별법은 기존 7년 이상 소요됐던 해상풍력발전사업 인허가 절차를 정부 주도 하에 3년 이내로 간소화하는 법안이다. 주민수용성 확보, 해상풍력발전위원회 구성은 물론, 해양수산부·환경부·국방부·행정안전부·문화재청 등 수많은 유관기관이 머리를 맞대 절차 간소화를 논의해야 한다. 어쩌면 장기전이 될 수도 있기에 당장 협의에 나서야 하는 실정이다.

에너지3법은 곧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된다. 전력망특별법과 고준위방폐장법은 공포 6개월 후, 해상풍력특별법은 공포 1년 후 본격 시행된다. 법 시행 이후에도 충분히 하위법령은 마련돼야 하겠으나, 눈앞에 산적한 문제에 비하면 주어진 시간이 너무나 짧게 느껴진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완벽한 틀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시행착오와 아쉽게 흘러가는 시간을 줄일 수는 있다. 우리는 그 시간을 줄여 급변하는 글로벌 탄소중립시장의 주류로 진입해야만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샴페인’은 그때 터뜨려도 늦지 않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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