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가상자산 제도화를 위한 입법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가상자산거래소 관리·감독 강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요 거래소들에 대한 포괄적인 검사·제재와 공정거래법상 위반 혐의까지 검토하는 등 안정성 여부를 다각도로 살피는 모양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금융당국이 가상자산거래소의 안정성과 법률 위반 여부를 면밀히 살피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업권 1위 거래소인 업비트 운용사 두나무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용사인 두나무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 관련 법률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하는 사건심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나무가 자사의 비상장주식 거래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만 두나무 주식을 독점적으로 거래했다는 혐의에 기인한다.
금융당국도 두나무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 뒤 제재 조치를 내렸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달 25일 두나무에 신규 고객의 가상자산 이전(입고·출고)을 금지하는 영업 일부정지 3개월(3월7일부터 6월6일까지), 이석우 두나무 대표이사 문책경고, 준법감시인 면직 등 직원 9명의 신분 제재 조치 등을 결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두나무와 소속 직원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다수의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위반한 사례를 적발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두나무가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하면서 영업 일부정지 효력은 오는 27일까지 일시 정지된 상태다.
금융당국은 두나무에 대한 추가 검사까지 예고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24개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등과 간담회를 진행한 뒤 기자들과 만나 “올해 두나무 검사가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나무는 자금세탁방지(AML)의 기본인 개인신원확인 등 여러 절차 미비로 (검사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지금 거래소 한 군데를 검사 중인데, 최대한 빨리 정리되는 대로 업비트 검사를 착수하려고 준비 중”이라며 “지나치게 제재적인 방향이라기보다 과거 IT시스템의 실패와 관련된 문제들이 제대로 개선이 돼 있는지, 불공정 거래 추출과 관련한 미비점 등을 검사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다른 가상자산거래소들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빗썸을 시작으로 가상자산사업자 대상 현장검사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현장검사를 진행 중인 거래소는 코인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상자산법 시행 이후 순차적으로 하는 검사”라며 “가상자산법 준수 여부와 자율규제 이행 여부, 전산사고 대처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조치는 가상자산업권의 제도화 진전을 위한 입법안 마련에 앞서 안정성 등을 확인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초석 다지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13일 제3차 가상자산위원회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시장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법인의 실명계좌 발급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법인계좌 발급은 그동안 국내 가상자산업계의 숙원이었다. 타국의 경우 법인 가상자산 거래가 전체 거래량을 좌우하는 등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지난 2023년 기준 기관투자자 거래량은 전체의 84%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아울러 법인 시장이 활성화되면 가상자산거래소의 점유율 역전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시장 주도자로 부상할 기회도 발생해 선두주자를 쫒는 거래소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온다.
금융위는 올해 상반기부터 현금화 목적의 매도 실명계좌 발급을 허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법집행기관과 주무 기관의 관리・감독을 받는 지정기부금단체, 대학교 등의 법인 실명계좌를 2분기부터 허용하기로 했다. 하반기에는 위험감수 능력을 갖춘 일부 기관투자자에 대한 투자·재무목적의 매매 실명계좌를 시범허용할 계획이다.
가상자산법 2단계 입법안도 조속히 추진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가상자산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정책과제’ 민당정간담회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위해 세부 가이드라인 마련 등 후속 조치를 속도 내서 추진할 것”이라며 “사업자 진입, 영업 규제, 가상자산 공시 규제 등을 아우르는 가상자산법 2단계 입법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