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타인 감정 공감하는 신경회로 찾았다'… 반사회적 행동장애 연구 활용 기대

[쿠키과학] '타인 감정 공감하는 신경회로 찾았다'… 반사회적 행동장애 연구 활용 기대

IBS, 공감 관여 특정 신경세포 집단 확인
자폐스펙트럼 등 신경정신질환 기초자료 단서 제공

기사승인 2025-03-11 13:27:45
관찰 공포 실험 중 전측대상회피질(ACC) 신경세포 활성 모식도. 관찰자 생쥐가 다른 생쥐의 발바닥에 가해지는 가벼운 전기 자극으로 인한 고통을 목격하면서 나타나는 공감적 반응을 분석한 결과, 녹색 부분이 칼슘 지표자 발현된 신경세포. IBS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및사회성연구단 금세훈 연구위원팀이 타인의 고통을 인식하고 정서적으로 공유하는 뇌의 핵심 신경회로를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정서적 공감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자폐스펙트럼, 반사회적 행동장애 등 신경정신질환 연구에 중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뇌의 전측대상회피질(ACC)은 고차원적 감정 처리와 의사결정, 사회적 행동과 공감 등 다양한 기능과 관련된 중요한 뇌 영역이다. 

연구팀은 독창적인 동물실험과 고해상도 미세 내시경 칼슘 이미징 기술로 ACC 신경세포 활동을 실시간 측정해 타인의 고통을 목격할 때 활성화되는 특정 신경세포 집단을 확인하고, 이 신경세포 집단이 정서적 공감처리에 중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미세 내시경 칼슘  이미징 기술은 칼슘 지표 단백질을 이용해 신경활동 시 발생하는 칼슘 농도 변화를 형광신호로 시각화해 뇌의 신경세포 활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

연구팀은 생쥐가 다른 생쥐의 고통을 관찰하는 ‘관찰 공포실험’을 설계했다. 

이를 통해 고통을 경험하는 개체의 발바닥에 가벼운 전기 자극을 가해 공포반응을 유도하고, 관찰자 생쥐는 고통을 경험하는 개체의 반응을 지켜보며 ACC에 삽입한 이미징 장치로 신경세포 활동을 실시간 분석했다.

분석결과 관찰자 생쥐는 직접적 자극 없이 다른 개체의 고통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공포로 인해 움직임이 줄어드는 ‘공감적 동결 행동’을 보였다. 

이는 ACC 내 특정 뉴런 집단이 활성화된 결과로, 거듭된 실험에서도 공포 반응을 형성하는 활성화 패턴을 유지해 특정 뉴런 집단의 일관된 활성화 패턴이 공감적 반응을 유도함을 확인했다.

이번 실험은 기존 연구와 달리 고통 경험이 없는 생쥐에게서 ‘순수한 감정 전염’ 현상을 확인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최지예 선임연구원은 “이전에 고통을 경험한 적 있는 생쥐가 다른 생쥐의 고통을 보며 반응한다면, 이는 자신의 기억과 연관된 반응일 수 있지만, 개인적 경험 없이도 타인의 감정을 공유하는 순수한 감정 전염을 유도함으로써 정서적 공감의 근본적 작동 원리를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광유전학적 기법으로 ACC에서 중뇌수도관주위회색질(PAG)로 연결되는 신경회로 활성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PAG는 공포나 고통과 같은 감정적 경험을 몸의 반응으로 전환하는 뇌 영역으로, 두려움을 느낄 때 몸이 얼어붙거나 도망치는 반응을 유도한다.

실험결과 관찰자 생쥐가 다른 쥐의 고통을 목격했을 때 나타나는 공감적 동결행동과 정서적 회피행동이 현저히 감소했는데, 이는 ACC-PAG 신경회로가 타인의 고통을 인식하고 공감적 행동을 이끌어내는 데 필수임을 의미한다.

생쥐 행동과 전측대상회피질(ACC) 신경세포의 활성 예시. 관찰 공포 실험 중 확인한 행동은 관찰자 동결 행동(분홍색), 시범자 통증 반응(파란색), 시범자 동결 행동(노란색)으로 구분되며, 각 행동과 연관된 신경세포의 활성이 다르게 나타난다. IBS

금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는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는 과정이 단순한 학습이 아닌, 뇌에서 특정 신경회로를 통해 정서적으로 처리된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최초의 연구”라며 “향후 다양한 신경정신질환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지난달 25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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