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도 인력도 부족…무연고 장례 책임 떠안은 지자체 ‘막막’

예산도 인력도 부족…무연고 장례 책임 떠안은 지자체 ‘막막’

-2023년 장사법 개정으로 지자체에 무연고 사망자 장례 의무 부과
-지자체의 예산과 인력 모두 부족한 상황에…“추가 예산 투입 중”
-전문가 “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 만들거나 장례 담당 부서 신설해야”

기사승인 2025-03-17 06:05:05
지난 7일 대전의 한 화장장에서 무연고 사망자 A씨의 장례가 치러졌다. 이우중 인턴기자

무연고 사망자가 늘면서 장례를 맡아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현실 속에서 장례를 감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일 금요일 오후 3시20분 대전의 한 화장장에서 무연고 사망자 A씨의 장례가 진행됐다. 대전 중구에서 사망한 A씨의 장례가 치러진 곳은 서울 중구에서 출발한 ‘별빛버스’ 안.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별빛버스는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치를 수 없는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고인과 조문객들이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조문객이 없었던 A씨의 장례는 15분만에 끝났다.

현행법상 지자체는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장례를 치러야 한다. 지난 2023년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지자체에 무연고 사망자 장례 의무가 부과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 장례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이다. 지난해 10월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의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평균 지원 예산은 1인당 137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실제 장례 비용은 이를 초과하는 경우가 많다. 무연고 사망자 1인당 16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전남 완도군의 한 관계자는 “시신 운반비와 화장비 등을 고려하면 예산이 부족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경기 양평군 관계자 역시 “도에서 보조금을 받지만, 자체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야 장례를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인력도 부족하다. 장례, 화장, 봉안까지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 절차를 진행하려면 최소 2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많은 지자체가 전담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최초로 무연고 사망자 장례 지원을 시작한 서울시조차 자체 인력만으로 감당할 수 없어 민간단체의 도움을 받고 있다. 지자체 담당자들은 무연고 사망자 장례뿐만 아니라 여러 복지 업무를 동시에 맡고 있어, 장례 절차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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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무연고 사망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무연고 사망자는 5415명이다. 2013년 1271명, 2018년 2447명을 기록하며 5년마다 두 배씩 증가했다. 대전광역시 관계자는 “현재는 무연고 사망자 수가 적어 자체 예산 내에서 해결할 수 있지만, 앞으로 사망자가 증가하면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만으로는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감당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경우 자체적으로 무연고 장례를 치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협력해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지원하는 ‘나눔과나눔’의 김민석 사무국장도 “지자체가 다른 복지 예산도 부족한 상황에서 무연고 사망자 장례에 큰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가 생기면 지역별 장례 지원 편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장례업계에서도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일도 한국장례협회 회장은 “현재 무연고 사망자 관련 업무는 지자체 내 노인 지원과에서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별도의 장례 전담 부서를 신설해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우중 기자
middle@kukinews.com
이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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