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사태 우려’에도 겉과 속 다른 정치권…‘언행불일치’

‘유혈사태 우려’에도 겉과 속 다른 정치권…‘언행불일치’

여야, 尹 탄핵심판 승복 메시지…소속 의원은 ‘집회’ 참여
박상병 “尹 승복 메시지·여야 합의 나오는 게 이상적인 방향”
“당 이익 때문에 여야 공동 승복 어려울 것”

기사승인 2025-03-17 10:47:56 업데이트 2025-03-17 11:26:45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동사거리에서 열린 ‘내란종식·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 범국민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양측의 강성지지층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야는 소요 사태를 우려해 탄핵결과에 승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연일 탄핵찬반 집회에 참석해 ‘언행불일치(言行不一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탄핵심판 결과가 다가오면서 탄핵찬성과 반대 측의 기류도 거세지고 있다. 선고가 난 직후에는 물리적 충돌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헌법재판소(헌재) 인근 교육기관들도 소요사태를 우려해 학생 안전 확보를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동초, 재동초병설유치원, 재동초, 운현유치원, 운현초, 서울경운학교, 덕성여중, 덕성여고, 중앙중, 중앙고, 대동세무고 등 11개 교육기관에 탄핵선고 당일 휴교를 요청했다.

그러나 여야 정치인들은 연일 탄핵찬반 집회에 참석해 강경한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 60명은 헌법재판소 앞 탄핵 각하 릴레이 시위를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경복궁 앞 농성장에서 탄핵찬성 릴레이 발언을 했다.

이 같은 여야 의원들의 모습은 당 지도부가 언급한 ‘국민 안전을 위한 헌재 결과 승복’과 다른 행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당은 헌재 판단 결과를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선고 결과는 모두를 귀속하게 돼 있다”며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은 의견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12일 채널A 유튜브 ‘정치시그널 나이트’에 출연해 헌재결정 승복에 관해 “당연히 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치권에서는 여야 지도부의 헌재 판결 승복 공동기자회견을 촉구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헌재 판결이 참사로 이어지는 비극은 있어선 안 된다. 여야 지도부의 초당적인 승복 메시지 발표가 필요하다”며 “이번 결정이 내전과 유혈 사태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헌재 앞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로 4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며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SNS를 통해 “탄핵 인용을 주장하는 쪽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고, 탄핵 기각 측은 이재명 대표의 당선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며 “정치권은 사태를 수습하고 국민 통합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야 지도부가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는 입장을 공동으로 발표해야 한다”며 “나라와 국민을 위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전문가는 대통령이 먼저 헌재 승복을 공식 발표하고, 여야가 초당적으로 승복 공동기자회견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각 당의 행보를 보면 정치적 이익 때문에 이렇게 갈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가장 먼저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결과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여야도 의원총회를 통해 탄핵심판 승복 의견을 모아 공동기자회견을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러나 탄핵심판 승복이 당 이익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에 소속 의원들의 행보를 막지 않을 것이다”며 “이번 탄핵심판으로 인한 갈등과 충격은 상상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임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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