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3구, 한 달 만에 토허제 재지정…오락가락 행정 비판 잇따라

강남 3구, 한 달 만에 토허제 재지정…오락가락 행정 비판 잇따라

기사승인 2025-03-19 11:03:18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송파구와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 곽경근 대기자 

서울 강남 3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 달 만에 재지정 된다. 토허제 지정 해지 후 평균 매매가가 약 1억원 이상 급등한 영향이다. 

19일 국토교통부‧서울시‧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기관 회의’를 개최하고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박상우 국토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김범석 기재부 1차관,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박종우 한국은행 부총재보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최근 서울‧수도권 주요 지역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는 등 시장 불안 조짐이 지속되는 것으로 평가했다. 또한 추가적인 집값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이에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소재 전체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24일부터 9월30일까지 약 6개월 지정할 계획이며 필요시 연장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시장 과열 양상이 지속될 경우 인근 지역 추가 지정도 검토한다.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및 신통기획 단지 등 서울시 내 현행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시장 과열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 허가구역 지정을 유지한다.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금융‧가계대출 관리도 더욱 강화한다. 현행 월별‧분기별 가계대출 관리체계에 추가해 수도권 중심으로 지역별 가계대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서울 주요 지역은 주택담보대출 취급 점검을 강화한다. 

당국의 이같은 조치는 강남 3구 집값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직후 일주일 사이 급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잠실·삼성·대치·청과 강남 3구 291곳에 대한 토허제 지정을 해제한 바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2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첫째 주까지 보합세를 유지하다 5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특히 강남 3구 집값 상승세가 돋보였다. 송파구는 0.13%, 서초구는 0.06%, 강남구는 0.03% 뛰어 서울 평균(0.02%)을 웃돌았다. 

신고가도 곳곳에서 나왔다.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4차례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전 최고가는 지난해 12월 27억7000만원(10층)이었으나 지난 2월 28억1000만원(19층), 28억4000만원(20층), 28억8000만원(26층), 30억원(14층) 등 신고가를 매주 갈아치웠다.

잠실 ‘리센츠’도 같은 기간 전용 84㎡ 28억5000만원(21층), 전용 124㎡ 39억8000만원(23층)으로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트리지움’은 전용 59㎡가 24억5000만원(24층)에 팔려 신고가를 경신했고 전용 114㎡도 31억5000만원(9층)에 거래되며 이전 최고가를 넘어섰다.

거래량도 급증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시 아파트 매매 건수는 4959건(14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이후 서울 아파트의 월평균 거래량은 3000건 수준이었다. 그러나 토허제 해지 기대감이 반영된 지난 1월 거래량은 3360건(14일 기준)대폭 늘었다. 통상 실거래 신고 기간이 30일인 점을 감안 시 2월 거래량은 5000건을 넘을 것 전망됐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의 최우선 정책목표는 국민 주거안정 실현”이라며 “시장 모니터링을 지속하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주거 안정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투기 수요를 근절하는 등 책임감 있는 시장관리와 실효성 있는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규제는 불가피할 경우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독점이나 투기 등으로 시장이 왜곡될 경우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규제 혁파 등을 통해 민간 차원의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시장의 비정상적인 흐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토허제 재지정으로 부동산 시장 혼선이 우려된다. 오락가락 행정에 대한 비판도 쏟아진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은 일관되고 예측가능한 것이 좋은 정책”이라며 “단기에 번복되는 것은 바람직하진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9월까지 재지정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가 남는다”며 “영원히 거래를 억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 우려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압구정·여의도에서 보듯이 토허제 지정여부와 상관없이 최고가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단순히 토허제 해지로 가격이 오른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해지 전에도 강남 3구와 잠실 일대도 계속 오름세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토허제 재지정으로 인한 시장 혼선이 커질 수 있다”면서 “정책 신뢰도 저하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단기적으로 강남 3구 등 집값은 급감할 것이나 장기적인 효과는 미미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및 가계대출 규제 강화 조치로 단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거래량 감소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아파트 매입 시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투기 목적의 매매가 급감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송 대표는 “장기적인 가격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서울 핵심 지역의 아파트는 희소성이 높아 거래량이 줄어들어도 매도자들이 쉽게 가격을 낮추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물 잠김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시장 참여자들이 관망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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