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빚만 남았다…농식품부, 구제역 보상금 확대 ‘난색’

소 잃고 빚만 남았다…농식품부, 구제역 보상금 확대 ‘난색’

농장 12곳 한우 387두 살처분 ‘피해액 약 30억’
“도덕적 해이 우려” VS “이중부담 농민 현실 보라”

기사승인 2025-03-20 13:13:04
쿠키뉴스DB

2023년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전남의 한 한우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축산 농가들이 시름하고 있다.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웠던 소를 살처분해야 하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 여기에 키우던 소를 살처분하고 받는 보상금은 정상 출하 시 받을 금액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대출 이자를 갚기도 버거운 현실 속에서 농민들은 보상금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전염병 발생에 대한 책임 문제와 ‘도덕적 해이’ 우려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20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으로 구제역 확진으로 인해 살처분된 한우는 387두(12개 농장)로 집계됐다. 특히 전남 영암군과 무안군을 중심으로 구제역 확산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영암의 한우 농장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14일 영암 3곳, 15일 무안 1곳에서 추가 발생했다. 이후 17일 영암 3곳, 18일 2곳, 19일 2곳에서 확진됐다.

구제역 발생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농가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의 피해액은 1등급 한우 도매가격(약 800만 원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약 30억원으로 추산된다. 농가당 평균 피해액은 2억5000만원 수준이다. 구제역이 확산될수록 피해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최초 발생 농가에서는 184두를 살처분했으며, 이로 인한 피해액은 약 14억원에 달한다.

농식품부는 구제역 발생으로 살처분할 경우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평가한 금액의 약 80%를 보상하고 있다. 이는 질병 발생 농가의 방역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다. 또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은 농장의 경우 추가로 20%를 감액해 시세의 60%만 지급한다. 여기에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감액 조치까지 이뤄지면 최종적으로 시세의 절반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실제 정부가 지급하는 보상금은 한우 한 마리당 약 300만~5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보상금이라 하지만, 사실상 살처분 비용을 보장해 주는 수준”이라며 “한우 한 마리의 도매가격이 대략 800만원인데, 최대 받을 수 있는 금액이 640만원 정도다. 게다가 구제역 발생 농가이거나 방역 규정을 위반한 경우 추가 감액돼 최종 보상금은 더욱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더 중요한 문제는 암소 피해가 크다는 점”이라며 “좋은 암소를 몇 세대에 걸쳐 계량해 왔지만, 보상금이 일률적으로 지급되다 보니 번식 기반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방역 조치를 위반했을 경우 과태료까지 부과되면서 농가에는 이중 부담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농식품부는 예방접종 명령 위반, 방역 설비 미설치 등 방역 조치를 위반한 농가에 대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이러한 농민들의 현실을 반영해 지난해 12월 송옥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구제역 등 1종 가축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농가가 받을 수 있는 최대 보상금 비율을 현행 80%에서 100%로 상향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가축 살처분 보상금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과실 유무를 떠나서 질병이 발생했다면 농장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보상금을 100% 지급하는 것은 과도하다”면서 “최소한의 패널티(불이익)가 있어야 한다. 아무런 방역 조치를 하지 않아도 전액 보상해 준다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선적으로 예방접종을 신속히 마쳐 추가 발생을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피해 농민들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보상금 확대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또 “보상금은 역학조사를 거쳐 방역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감액되거나 경감된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상금 지급까지 한 달 정도 소요된다. 추가적으로 최대 6개월 동안 긴급 생계 안정 자금도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민들은 정부의 ‘도덕적 해이’ 주장을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한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살처분 보상금도 중요하지만, 키우던 소를 잃은 상실감뿐만 아니라 다른 농장에 피해를 줬다는 죄책감이 더 크다”며 축산 농가들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세종=김태구 기자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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