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었던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이 찾아오면 우리 몸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많은 이들이 겪는 춘곤증은 봄이 되면서 일조량이 증가하고 기온이 상승해 발생하는 피로감을 말한다. 계절 변화에 따른 생체 리듬의 변화로 졸음, 무기력, 집중력 저하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춘곤증은 의학적인 용어는 아니다. 계절의 변화에 우리 몸이 잘 적응을 하지 못해 생기는 일시적인 증상이다. 봄이 되어 따뜻해지면 추위에 익숙해져 있던 인체의 신진대사 기능이 봄에 적응하는 시간이 약 2~3주 정도 필요한데 이 때 쉽게 피로를 느낄 수 있다. 또한 낮이 길어지면서 수면 시간은 줄어들고 저녁 늦게까지 활동량이 많아져 피로를 느끼기도 한다.
1주일에서 3주 정도 지나면 이런 증세는 자연히 사라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병원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운동이 부족하거나 과로를 했거나 나이가 많다면 춘곤증을 더 심하게 느낄 수 있다. 만약 40~50대 성인이 충분한 휴식을 취했음에도 피로가 전혀 해소되지 않거나 6개월에 10% 이상의 체중 감소가 나타나고 열이 난다면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40대 이후의 남성이 춘곤증 증상을 오래 겪는다면 간 질환, 당뇨병, 암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들 질환의 초기 증세는 특징적이지 않으며 피로감만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40대 이후의 여성에서는 빈혈, 갑상선 질환(갑상선기능항진증 및 갑상선기능저하증)이 피로감이 심해지는 춘곤증으로 오인하기 쉽다. 갱년기가 시작되는 50대 이후에는 갱년기 증후군의 하나로 피로를 의심할 수 있다.
만약 심한 피로감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피로증후군’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는 극심한 피로가 특징인 질환으로 피로가 충분한 휴식으로도 해소되지 않으며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 집중력 저하와 기억력 문제가 생기며 두통과 인후통, 림프절 압통이 생긴다. 면역체계의 이상, 감염, 스트레스, 호르몬 불균형 등이 관련 요인으로 언급된다.
춘곤증과 만성피로증후군 모두 증상 완화를 위해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규칙적인 수면 패턴과 가벼운 스트레칭 등으로 피로를 완화한다. 수면습관도 중요하다. 기상 후 아침 햇빛을 15~30분 정도 쬐면 멜라토닌(수면 호르몬) 분비가 조절되어 밤에 더 쉽게 잠들 수 있다. 과도한 낮잠은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30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주말이라고 잠을 몰아 자는 것보다는 일정한 수면 시간을 유지해야 생체 리듬이 안정된다. 봄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춘곤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영양 보충이 필수다. 비타민B가 풍부한 현미, 통밀, 보리 등을 자주 챙겨먹고 걷기와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의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