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명이 생겨나기 위해 중요한 건 뭘까. 학자들의 답은 ‘다양성’이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다양한 기술과 문화를 가질수록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도시학자 제인 제이콥스 역시 “다양성이 사라진 경제는 결국 쇠퇴한다”고 말했다.
한국 게임 산업의 쇠퇴가 먼 일이 아니게 됐다.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중국은 이미 우리 게임시장을 점령했다. 앱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의 지난 2월 월간 통합 매출 순위를 보면 중국 게임 ‘라스트 워: 서바이벌’,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이 1, 2위를 지키고 있다.
콘솔 게임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검은신화: 오공’은 출시 한 달 만에 2000만 장이 판매됐다. ‘2024 스팀 어워드’에서 ‘올해의 게임’에 뽑히기도 했다. 중국의 위협이 거세다.
정부는 다양한 장르 게임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2024-2028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게임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콘솔게임 산업 생태계를 집중 조성하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인디게임 지원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관심만 둔다고 저절로 장려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정치권 관심에 세 가지가 없다는 의견이다. 현실성, 구체성, 실효성이다. 실현하기 어려워 보이고 구체적이지 않고 당위적이며, 지원책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콘솔과 인디게임은 제작에 큰 규모의 자본 투입이 필요하다. 지원액이 적고 받을 수 있는 경우도 한정적인 데다 제작이 확실한 곳만 신청할 수 있는 식이다. 콘솔게임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될 위험이 크다.
우리 정부가 현실성·구체성·실효성 없는 탁상공론을 하고 있는 사이 다른 국가들은 게임산업 진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품질 고도화’와 ‘해외 진출’을 목표로 진흥책을 만들고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통 큰’ 지원을 한다. 리얼 엔진을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글로벌 프로그램 ‘인디펀드’에서는 비영리 및 상업 프로젝트에서 최대 50만 달러(약 7억원)를 지원한다. 마이크로소프트를 통해 인디 게임 개발자들에게 엑스박스 플랫폼에서 게임을 출시할 기회도 제공한다.
게임 산업이 고도화되며 출시되는 게임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경쟁 역시 더욱 치열해졌다. 기업만 믿고 하늘에서 감 떨어지기만을 바라기엔 절박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