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연행 대신 ‘동원’…日 교과서, 또 다시 역사 왜곡”

“강제연행 대신 ‘동원’…日 교과서, 또 다시 역사 왜곡”

日 문부과학성, 내년부터 사용될 고교 교과서 승인…독도는 ‘일본 땅’ 기술
시민단체 “역사 왜곡 심각…동아시아 평화 저해하는 정치적 개입”

기사승인 2025-03-26 11:16:02
일본 고등학교에서 내년 봄부터 사용할 역사·지리·정치경제 교과서에 ‘연행’, ‘징용’ 등 대신 ‘동원’ 등 완화된 표현이 적혔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제공

일본 고등학교에서 내년 봄부터 사용할 역사·지리·정치경제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억지 주장이 담겼다. ‘연행’, ‘징용’ 등 대신 ‘동원’ 등 완화된 표현이 적히면서 일제강점기 가해 역사도 희석됐다.

25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교과서 검정 조사심의회 총회를 열어 일선 고등학교가 2026년도부터 사용할 교과서 심사 결과를 확정했다. 검정을 통과한 사회과 교과서는 지리총합(종합) 7종, 역사총합 11종, 공공(公共) 12종, 정치·경제 1종, 지도 3종 등이다. 공공은 사회 체제와 정치, 경제 등에 관한 과목이다.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지리·역사와 공공 교과서 모두가 독도를 다뤘다. 검정을 거쳐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기술이 추가된 사례도 있었다. 아울러 니노미야서점이 간행한 ‘우리의 지리총합’은 현행 교과서에 없던 한국의 ‘불법’ 점거 관련 기술을 넣었다.

이 교과서는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라는 문장을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지만, 현재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로 교체해 영유권 분쟁 책임이 한국에 있다는 식으로 서술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2018년 3월 고시한 고교 학습지도요령을 통해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이며, 영유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다루도록 하고 있다. 독도에 대한 억지 주장은 고교뿐만 아니라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서도 강화되고 있다.

역사 관련 기술에서는 이번에도 식민지배 합법성을 주장하고 강제동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쪽으로 일부 변화가 이뤄졌다. 교육도서의 정치·경제 교과서는 검정 과정에서 “한반도에서 일본에 연행됐던 조선인”이라는 문구 중 ‘연행’이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지적받았다. 연행은 ‘동원’으로 바뀌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21년 4월 조선인 ‘연행’, ‘강제연행’ 등의 표현을 쓰는 것이 적절하지 않으며 ‘징용’이라는 표현이 적당하다는 국회 답변서를 결정했다. 2023년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도 기존의 ‘끌려왔다’는 표현을 ‘동원됐다’로 변경한 바 있다.

교육도서의 정치·경제 교과서에 대해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해결이 끝난 정치 문제임에도 해결되지 않은 점이 있다는 식으로 기술했다는 검정 의견도 달렸다. 다이이치가쿠슈샤 역사 교과서에서는 “1910년 일본은 한국병합조약을 강요해”라는 부분이 “1910년 일본은 한국병합조약에 의해”로 변경됐다.

시민단체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와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는 이를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전날 성명서를 내고 “ 일본 정부가 식민 지배에 대해 법적 도덕적 책임을 고민하는 내용의 서술을 틀렸다고 주장하면서 수정을 명령해 왜곡된 내용의 교과서들을 만들었다”며 “일본 정부는 객관적인 서술을 유지하려는 필자들의 노력을 무력화시킨 지 오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 정부의 정치적 개입은 일본의 역사교육을 위해서도 동아시아 평화를 지향하는 교육을 위해서도 백해무익하다”며 “한일 공존의 미래를 주장하면서 교과서의 역사왜곡을 계속하는 행위는 그나마 쌓이고 있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일본 정부는 2차대전 시기의 역사를 서술할 때 주변국의 입장을 고려하겠다고 세계를 향해 천명했던 근린제국조항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을 당장 중단하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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