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가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필요하다는 데엔 공감대를 이뤘지만 예비비 관련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를 앞두고 주도권 다툼을 하는 거 같다고 분석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집중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8일 입장문을 통해 “본예산 예비비 삭감 폭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실 확인도 없이 엉터리 숫자놀음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입장문에서 이 대표와 민주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올해 본예산 예비비에 대해 최초 4조8000억원을 정부가 제시했고 민주당이 2조4000억원을 일방적으로 줄여 2조4000억원이 편성됐다는 설명이다.
또 김 의장은 재난‧재해 등에 활용하는 목적 예비비는 1조6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중 약 1조2000억원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고교 무상교육 등 사업 소요경비로 지출하도록 확정해서 즉각 사용 가능한 목적 예비비는 약 4000억원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지난해 예비비를 일방 삭감해 산불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반박한 바 있다. 그는 이날 대전시당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좌절하는 현장에서 국민의힘이 정쟁을 벌이고 있다”며 “예산이 삭감돼서 산불 대책을 집행하지 못하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불 대책에 사용될 수 있는 국가 예비비는 4조8700억원이다. 무슨 예비비가 부족하냐”며 “또 예비비는 2조4000억원 중 재난에 쓰라고 특정된 예산만 해도 1조6000억원”이라고 전했다.
여야가 산불 피해 상황이 극심한 가운데 예비비를 놓고 정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다만 국회 차원에서 추경에 대한 대응은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추경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추경을 검토할 예정이다. 28일 총리실 공지에 따르면 권성동 원내대표가 현장점검 중 추경을 요청했고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신속히 검토해 조만간 국민들에게 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전문가는 여야의 예비비 논쟁이 일종의 힘겨루기 같다고 설명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각 정당이 추진해 왔던 정책 방향 관련 주도권을 쥐기 위한 싸움”이라며 “이번 대통령 선거나 다음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산불 대응을) 주도했다고 하면서 일종의 생색내기를 하려는 거 같다. 그러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절충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