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행 장기요양보험급여가 값비싼 요양병원·시설 수요를 늘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집보다 요양병원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을 때 지원 받을 수 있는 보상 한도액이 더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급여 형평성을 맞춰 요양병원 수요를 완화하고, 연금 제도에서 돌봄 크레딧을 도입하는 등 초고령화 사회에서 폭증하는 노인 돌봄 수요를 대비하기 위해 여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4일 서울 중구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함께 만드는 노인돌봄 사회’ 특별위원회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특위는 8차례 회의 등을 거쳐 이날 노인돌봄과 관련한 정책 개선안을 제시했다. 돌봄 체감도 향상, 지속 가능한 돌봄체계 마련, 돌봄 기반 조성 등 3개 분야에서 9개 과제가 담겼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윤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인의 상당수는 자신의 집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길 원하지만, 현행 제도는 불필요한 시설 이용을 촉진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은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요양시설과 요양병원 수가 많은 편이다. 2021년 기준 한국 요양시설의 침상과 요양병원 병상 수는 57.3개에 달한다. OECD 회원국 평균인 45.6개에 비해 20% 이상 많다.
이 위원은 한국의 과도한 요양시설 수요의 원인이 장기요양급여 체계의 문제점에서 기인한다고 짚었다. 노인이 가정에서 생활하면서 방문요양, 방문목욕 등 서비스를 받은 재가급여의 지원액이 요양시설을 이용할 때 지원을 받는 시설급여보다 낮기 때문이다. 현재 시설을 꼭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4등급 장기요양 판정을 받은 고령 환자가 시설에 입소할 경우 월 224만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반면 재가급여를 신청하면 월 한도 보상액이 134만1000원에 그친다.
이 위원은 “장기요양 동일 등급별 재가급여 대비 시설급여에 대한 지불보상 금액이 높아, 요양병원·시설 이용 유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장기요양보험의 동일 등급·급여 이용권 보장을 위해 중증 재가급여 보상 수준을 시설급여 수준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봄 체계를 손보면 비용 효과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홍선미 한신대 교수는 “장기요양보험 급여비 전체의 80%가량이 시설급여다. 재가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면서 “통합 인프라가 갖춰지고 재가 서비스가 확대되면 중증화를 지연시키고 병원 비용을 23% 절감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돌보는 사람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특히 가족 돌봄 지원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023년 복지부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돌봄을 받는 노인 중 81.4%는 가족이 돌봄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돌봄 지원책 중 하나로 무급휴직을 내거나 퇴직한 사람들에게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인정해주는 돌봄 크레딧을 신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사용실적이 5%에 불과한 가족돌봄휴가·휴직제도를 활성화하고, 제도 이용자들에게 지원 수당 지급과 기업 대체인력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 장기요양 중증 또는 치매수급자 가족만 이용 가능한 장기요양가족휴가제 이용대상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하자는 제언이 이어졌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은 “노인 돌봄에 대한 수요는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돌봄의 양과 질 모두 충분하지도 만족스럽지도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이제는 개인이나 가족이 감당해야 할 부담을 우리 사회가 함께 나누고 노인을 조금 더 촘촘하게 보살피는 지원 체계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