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치매 걸리면 기억 흐려지는 이유"… IBS, 기억손상 조절 단백질 규명

[쿠키과학] "치매 걸리면 기억 흐려지는 이유"… IBS, 기억손상 조절 단백질 규명

알츠하이머 치매 기억력 관여 뇌 단백질 'SIRT2' 기전 확인
별세포 대사경로 조절 정밀 치료전략 제시

기사승인 2025-04-14 15:31:40
알츠하이머에서 반응성 별세포의 가바(GABA)·과산화수소 생성 경로와 SIRT2 억제 효과. 알츠하이머에서는 반응성 별세포가 자가포식 작용을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를 제거하고, 이 과정에서 요소회로가 활성화된다. 활성화된 회로는 푸트레신을 거쳐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GABA와 활성산소인 과산화수소를 생성한다. 이 두 물질은 각각 신경 신호를 억제하고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기억력 저하와 신경세포 사멸로 이어질 수 있다(왼쪽). GABA 생성 경로의 마지막 단계를 담당하는 효소 SIRT2를 억제함으로써 GABA 생성을 줄이고, 기억력 저하를 완화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단기 기억력 회복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과산화수소는 여전히 생성되므로 신경세포 손상은 계속될 수 있다(오른쪽). IBS

알츠하이머에서 별세포가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가바(GABA)’를 생성하는 경로를 명확히 규명하는 것은 질병의 병리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별세포는 전체 뇌세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별모양의 비신경세포로, 신경세포 간 신호전달을 조율하고 뇌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알츠하이머, 뇌 염증 등 질병환경에서는 별세포의 수와 크기가 증가하며 ‘반응성 별세포’로 변하는데, 질병 초기부터 염증반응을 유도하고, 신경퇴행의 시작과 진행에 깊게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억이 흐려지는 치매 원인 발견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및사회성연구단 이창준 단장과 므리둘라 발라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이 알츠하이머 치매의 기억력 저하에 관여하는 뇌 속 단백질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뇌 별세포(astrocyte)가 발현하는 단백질 ‘시트루인2(SIRT2)’가 기억력 손상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 생성을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임을 규명, 이를 억제해 단기 기억력 회복이 가능함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앞서 연구진은 유해 암모니아를 해독해 요소를 만드는 ‘요소회로’가 간뿐 아니라 뇌 별세포에도 존재함을 밝히고, 대사경로를 규명했다.

반응성 별세포에서 요소회로가 활성화되면 중간 대사물질 ‘푸트레신’을 생성하고, 이 푸트레신은 ‘모노아민 산화효소-B(MAO-B)’를 거쳐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가바와 활성산소 ‘과산화수소’를 과도하게 생성한다. 

과생성된 가바는 뇌 신호전달을 억제해 기억력 감퇴를 유발하며, 과산화수소는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알츠하이머 증상을 악화시킨다.

이에 연구팀은 가바 생성을 조절하는 핵심 열쇠로 ‘SIRT2’를 주목했다. 

SIRT2는 가바 생성경로 마지막 단계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모델 생쥐의 별세포에 발현되는 유전자들을 분석한 결과 그 발현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 연구팀은 가바 생성과 뇌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별세포에서 SIRT2를 유전자 수준에서 억제하거나 약물처리해 활성을 억제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결과 별세포 내 가바 생성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고,  신경세포에 대한 억제작용도 30~40% 줄었다.

또 SIRT2 억제가 실제 기억력 회복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생쥐가 새로운 경로를 기억하고 탐색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미로실험을 진행한 결과 손상된 단기 기억이 정상수준 가까이 회복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푸트레신(Putrescine)에서 가바(GABA)로의 생성 경로. 푸트레신은 여러 단계를 거쳐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로 전환된다. 먼저 푸트레신은 N-아세틸-푸트레신으로 바뀌고, 여기에 MAO-B 효소가 작용해 N-아세틸-γ-아미노뷰티르알데하이드라는 중간 물질이 생성된다. 그다음 ALDH1A1 효소가 이 물질을 N-아세틸-GABA로 바꾸며, 마지막으로 SIRT2 효소가 작용해 GABA가 최종 생성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 경로에서 특히 SIRT2와 ALDH1A1이 GABA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새롭게 규명했다. IBS

아울러 연구팀은 SIRT2가 가바 생성을 결정짓는 핵심 효소임을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대사경로 앞 단계에서 작용하는 또 다른 단백질 ‘알데히드 탈수소효소 1A1(ALDH1A1)’의 역할도 함께 조사했다. 

아 결과 ALDH1A1을 억제하면 가바 생성이 감소했지만, SIRT2를 억제했을 때만큼 완전히 차단되지 않았다. 이는 SIRT2가 가바 생성경로의 마지막 단계를 조절하는 핵심 효소로 작용함을 의미한다.

가바는 SIRT2가 관여하는 대사 경로의 마지막 단계에서 생성되지만, 과산화수소는 그보다 앞선 단계에서 만들어진다. 때문에 SIRT2를 억제하면 가바 생성은 줄어들지만, 과산화수소로 인한 신경세포 손상은 계속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러나 두 물질의 생성 단계가 다르다는 것은 알츠하이머의 병리를 보다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알츠하이머 모델 생쥐에서 별세포 SIRT2 발현 증가와 기억력 회복 효과. 알츠하이머 모델 생쥐의 해마 조직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 주변에 위치한 별세포에서 SIRT2 단백질 발현이 증가한 것이 면역염색을 통해 관찰되었다(위). 반면 정상 생쥐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도, 별세포 내 SIRT2 발현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별세포 내 SIRT2의 역할을 확인하기 위해 알츠하이머 모델 생쥐의 해마에 유전자 조작 바이러스를 주입해 SIRT2 발현을 선택적으로 억제했다. 그 결과, 기억력을 평가하는 Y미로 행동 실험에서 알츠하이머 생쥐의 단기 기억력이 유의미하게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아래). 이로써 별세포의 SIRT2가 알츠하이머에서 인지 기능 저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IBS

므리둘라 박사후연구원은 “현재 알츠하이머 치료에 사용되는 MAO-B 억제제는 가바와 과산화수소를 광범위하게 억제하지만, 이번 연구결과 SIRT2와 ALDH1A1은 가바만을 선택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며 “가바와 과산화수소가 각각 치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심층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이번 연구는 가바와 과산화수소가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구분해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과 더불어 별세포의 대사경로를 조절해 알츠하이머 치매의 기억력 저하를 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며 “특히 SIRT2는 가바 생성을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핵심 표적으로, 정밀한 치매 치료제 개발을 위한 유효 타깃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몰레큘러 뉴로디제너레이션(Molecular Neurodegeneration, IF 14.9)’에 지난 1월 온라인에 게재됐다.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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