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경선 여론조사업체 선정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 4월 총선 과정에서 불공정 논란으로 배제된 업체가 다시 선정되면서다.
이 업체는 이재명 예비경선 후보가 성남 시장일 당시 조사용역을 수행한 점에서 '커넥션' 의혹도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비명(비이재명)계인 김동연 캠프가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고영인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은 1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당 경선 신뢰를 흔드는 일이 발생했다”며 “현재 진행 중인 권리당원 ARS 조사를 수행하는 여론조사업체 시그널앤펄스(구 리서치DNA) 정체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당 검증 과정이 이렇게 허술하냐”며 “경선 정당성마저 흔드는 심각한 범죄”라고 맹비난했다.
캠프에 따르면 시그널앤펄스는 4·10 총선 당시 공정성 논란으로 배제된 여론조사업체다. 비명계는 당시 이 업체가 경선 여론조사 수행업체 선정이 끝난 뒤에 추가로 포함됐고,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3년 성남시 시민 만족도 조사 용역을 수행했다는 보도가 나온 점을 들어 불공정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당시 리서치DNA(현 시그널앤펄스)는 '조사에 문제가 전혀 없으나,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으로 민주당에 부담이 되기에 조사 업무를 하지 않겠다'며 자진 사임했다.
실상은 달랐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리서치DNA(현 시그널앤펄스)는 실수를 자주 일으켜 '문제가 많은 업체'로 보고되면서 배제됐다. 선관위원들도 3위였던 리서치DNA 대신 5위 업체를 대신 경선 여론조사 업체로 선정했다가, 형평성 논란이 일자 재투표를 거쳐 리서치DNA를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고 본부장은 “박범계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당 지도부에 요청한다”며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해명하라. 필요 시 책임자 처벌과 상응조치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경선과정을 신뢰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해당 업체를 어떻게 할지도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어 “경선 과정 공정성은 반드시 수호해야할 가치”라며 “우리는 강한 의구심과 분노를 삼키며 국민과 당원과 함께 지도부 조치를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도 업체 선정에 의문을 품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경선 후보 전원이 동의한 업체로 선정해야 한다. 안 그러면 공정성 시비가 붙어서 여론조사를 안 하느니만 못하다”며 “오히려 국민 불신을 키우고 이재명 후보에 대한 비호감만 더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현재 당 통합이 중요하다"며 “이건 이재명 후보가 양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용역 수행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범계 위원장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선관위는 시그널앤펄스(구 리서치디엔에이)가 대선 경선 관련 용역수행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동 업체는 지난 총선 훨씬 이전부터 당 여론조사 용역에 참여해온 업체”라며 “지난 총선 당시 후보적합도 조사와 관련해 스스로 용역수행을 포기했지만 이로 인해 당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바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 후 보궐선거 등 여론조사 업무를 지속 수행했고, 이번 대선 경선에 용역을 신청한 5개 업체 중 하나로 추첨에 의해 선정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