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약 허가 요건서 동물실험 폐지…인공장기·AI 예측 대안되나

美, 신약 허가 요건서 동물실험 폐지…인공장기·AI 예측 대안되나

기사승인 2025-04-22 10:30:05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의약품에 대한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동물실험이 필수적으로 여겨졌던 신약 개발 방식이 획기적으로 변할 전망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의약품에 대한 동물실험 축소 방침을 공식화하면서다. 동물실험 대체 기술로 인공지능(AI) 독성 예측 모델, 인간 장기 구조를 모사한 ‘오가노이드’가 유망 기술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FDA는 지난 10일(현지시간) 항체 의약품을 시작으로 신약 허가 요건에서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FDA는 2022년 동물실험 없이 신규 의약품에 대한 허가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 바 있다. 유럽연합(EU)도 빠르면 2분기 내 동물실험 폐지 로드맵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세포실험과 동물실험, 임상시험으로 이어지는 개발 방식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동물 보호 측면에서 비윤리적이라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동물실험을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FDA는 신약 허가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폐지하면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줄고, 예측력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약 동물실험에 필요한 영장류는 총 144마리인데, 한 마리당 최대 5만 달러(한화 약 7265만원)의 비용이 든다. 실제 한국도 매년 500만 마리 이상이 동물실험으로 동원되고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내에서 생산·수입된 실험동물은 총 545만 3769마리로, 2019년(434만 마리)보다 25.6% 증가했다.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인간 장기 구조를 모사한 ‘오가노이드’와 AI 기반 독성 예측 모델 방식이다. 마틴 마카리 FDA 국장은 “AI와 오가노이드는 동물실험보다 예측력과 안전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인공 장기’로도 불리는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로부터 자가재생·조직화를 통해 사람의 장기를 모사해 만든 3차원 형태의 조직을 말한다. 환자 조직으로부터 유래한 만큼, 동물실험과 비교해 높은 정확도를 기대할 수 있다.

높은 기술 문턱에 상용화 단계까진 먼 길이 남았지만, 국내 제약사들은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오가노이드 기반 재생 치료제의 대량 생산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대웅제약이 대표적이다. 대웅제약은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2024년도 소재부품기술개발 과제’에 선정돼 재생 치료제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힘쓰고 있다. 

AI를 활용하는 방식도 있다. 항체의 유전자 서열, 구조, 알려진 임상 결과를 AI가 학습한 뒤 약물 후보물질의 서열을 분석해 면역 반응과 독성 등을 예측하는 것이다.

JW중외제약은 임상 데이터(RWD)와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항암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기반 정밀의료 분야의 글로벌 선도기업 미국 템퍼스AI와 협력해 종양학 분야의 신약후보물질에 대한 유효성과 안전성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오가노이드 연구 결과를 실제 환자 데이터와 비교해 신약후보물질의 임상 시험 결과를 예측하면, 보다 정밀한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오가노이드 기술이 상용화되면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제고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동물과 사람의 면역체계가 달라 동물실험만으로는 안전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지난 2006년 독일의 테제네로가 백혈병 치료제로 개발한 항체 의약품 ‘TGN1412’는 동물실험에서 안전성이 확인됐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과도한 면역 반응이 일어나 6명이 중환자실에 실려 간 사건이 발생했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오가노이드는 FDA의 동물실험 폐지 기조 발표 전에도 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던 분야”라며 “동물실험을 진행한 전임상에선 긍정적인 데이터가 나왔는데,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에선 데이터가 완전히 다르게 나온 경우가 있어 업계에선 고민이 많았다. 오가노이드는 전임상과 임상 사이 결과값 차이를 줄여 임상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오가노이드가 동물실험의 대체 기술로 자리 잡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다른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국내나 세계적으로도 오가노이드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로 보인다”며 “동물실험 대체를 얘기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