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질병 아닌 ‘문화’로 인정받을까…이재명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 [데스크 창]

게임, 질병 아닌 ‘문화’로 인정받을까…이재명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 [데스크 창]

기사승인 2025-06-05 13:26:27 업데이트 2025-06-05 13:28:53
이영재 문화스포츠부장
이재명 대통령은 게임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정치인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게임 업계 가장 큰 화두인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도입’에 대해 ‘유보’ 입장을 밝혀 주목받았다. 이 대통령은 “객관적인 근거가 확보되기 전까지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도입은 유보하겠다”는 입장인데, 졸지에 ‘질병’으로 분류당할 뻔했던 게임 업계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규정하고 국제질병분류(ICD) 최신 버전인 ICD-11에 질병코드와 함께 반영했다. 우리나라 정부 또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체계(KCD)에 게임이용장애를 등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게임 업계의 우려가 컸다.

게임이 질병으로 분류된다면, ‘낙인 효과’는 물론 관련 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업계에서는 대선 후보 시절 “중앙 정부든 지방 정부든, 게임을 약물처럼 취급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게임의 질병코드 등재에 대해 ‘반대’에 가까운 의견을 피력했던 이 대통령이 관련 사안에 힘을 실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월 국회에서 ‘게임특별위원회’를 출범하고 게임 업계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3월7일 국회에서 열린 게임특별위원회(이하 게임특위) 출범식 행사에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직접 참석해 “게임은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게임 산업과 인연이 깊다. 게임특위 출범식 현장에서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할 때, 국내 게임업체 매출 기준 60%가 분당에 밀집했다”면서 “성남시 입장에서는 게임 산업이 굉장히 중요하다. 관심을 갖고 지원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고 복기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과거 박근혜 정권 당시 게임을 마약, 알콜 등과 함께 4대 중독물로 규정했다”면서 “게임에 대한 탄압이 그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전 세계에서 국내 게임이 압도적인 선두 그룹이었는데 지금은 중국에도 밀려버리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게임특위를 만들게 된 배경에 대해 이 대통령은 “게임산업에 대한 관심을 키워 하나의 산업으로서 세계 무대에서 발전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인식을 바꿔 게임이 건전한 여가 수단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게임을 문화 영역으로 편입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만화에 대한 시선도 좋지 않았는데 지금은 문화 산업 근간이 됐다”면서 “게임도 만화처럼 문화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제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시간이다. 게임 업계는 이 대통령이 그동안 게임 친화적인 행보를 보인 점에 대해 기대감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이것이 ‘선거용 공수표’로 그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게임 산업과 관련된 진흥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업계를 들여다보다 ‘확률형 아이템’ 등 규제 일변도로 방향을 틀었다는 점도 일종의 트라우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K-게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과 진흥 정책을 기대했는데 과도한 규제만 돌아왔던 사례가 종종 있었다”면서 “이번 정부에서는 업계와 더욱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좋은 정책을 펼쳐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게임 산업은 청년 일자리에 도움이 되고, 국민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여유 시간이 늘어나면 게임 산업에 대한 요구도 상당히 늘어나는 잠재력 있는 산업”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업계의 기대에 부응해 콘텐츠 수출 60%를 책임지고 있는 게임 산업을 든든하게 뒷받침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