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바둑을 두고 싶다. 기계적으로 인공지능을 모방해 늘어놓는 그런 기사가 아니라 보는 사람 마음에 울림을 주는 바둑, 목진석만의 바둑으로 감동을 드리고 싶다.” (목진석 9단)
국가대표 감독직을 내려놓고 승부 일선으로 돌아온 목진석 9단이 지난해 5월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했던 얘기다. 대한민국 바둑 국가대표 상비군을 이끌며 누구보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과 친하게 지냈던 목 9단이지만, 목표하는 점은 ‘목진석만의 바둑’이었다는 점이 인상 깊게 남았다.
세계 시니어 대회에 첫 출전한 한국팀 막내 목진석 9단이 한·일전 승리로 왕좌에 올랐다. 목 9단의 세계대회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목진석 9단은 7일 전라남도 신안군 라마다프라자호텔&씨원리조트 자은도 튤립홀에서 막을 내린 제6회 월드 바둑 챔피언십 결승에서 일본 야마시타 게이고 9단에게 234수 만에 백 불계승하며 정상에 올랐다.
목 9단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10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마지막 우승은 2015년 제20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으로 당시 목 9단은 최철한 9단과 결승 5번기에서 1패 후 3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당시 인터뷰에서 목 9단이 뜨거운 눈물을 흘린 장면을 기억하는 바둑 팬들이 많다.
우승을 차지한 목진석 9단은 “초반 행마가 좋지 못했는데 잘 버텼고, 이후 흑의 집을 깨고 들어가며 앞섰다. 그 뒤로 어려웠던 부분을 잘 처리해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결승전을 복기했다. 이어 “첫 출전에 우승해 기쁘고 가족들과 함께해 그 기쁨이 배가 되는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1994년 프로 입단에 성공해 어느덧 30년 동안 바둑계에 몸 담고 있는 목진석 9단은 국가대표 감독에서 승부사로 돌아온 이후 쿠키뉴스 인터뷰에서 “바둑은 항상 설렘을 주는 존재”라며 “물론 승부이기 때문에 졌을 때는 괴로움도 수반 되지만, 새로운 바둑을 둘 때마다 설렘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40년 동안 바둑을 둬왔지만 지금도 바둑을 둘 때 설렌다”면서 “바둑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목 9단이 바둑을 대하는 자세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한편 같은 날 오전에 열린 4강전에서는 목진석 9단이 ‘디펜딩 챔피언’ 유창혁 9단에 316수까지 가는 접전 끝에 5집반을 남기고 승리했고, 일본 야마시타 게이고 9단은 ‘반집 승부사’ 안조영 9단에게 259수 만에 흑 1집반승하며 결승 한일전이 성사됐다.
결승 직후 신안군 라마다프라자&씨원리조트 자은도 그랜드볼룸에서 폐막식이 열렸다. 폐막식에는 김대인 신안군 부군수를 비롯해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기명도 전남바둑협회장 등이 참석해 수상자를 축하했다. 시상을 맡은 김대인 신안군 부군수는 우승자 목진석 9단에게 3000만원의 상금과 트로피를, 준우승자 일본 야마시타 게이고 9단에는 1500만원의 상금과 트로피를 전달했다.
한편 앞선 5일 개막한 제6회 월드 바둑 챔피언십은 만 45세(1980년 이전 출생자) 이상을 대상으로 한국 7명, 중국 2명, 일본 2명, 대만 1명, 미주·유럽·오세아니아·동남아시아에서 각각 1명씩 출전했다. 6~7일 양일간 16강 토너먼트를 벌인 끝에 목진석 9단이 우승하면서 사흘간 일정을 마무리했다.
제6회 월드 바둑 챔피언십은 전라남도와 신안군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하며 한국기원과 신안군바둑협회가 공동 주관했다. 제한시간은 각자 30분에 1분 초읽기 3회로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