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고난의 행군 시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는 처참한 상황에 처했다.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주민들은 국가 주도의 계획 경제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북한에 자생적인 시장 경제가 싹트기 시작했다. 장마당과 상점, 고급 식당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돈을 굴리는 돈주(錢主)는 부를 축적하고, 새로운 형태의 뇌물 구조가 뿌리내렸다. 국제사회의 엄격한 경제제재를 받는 북한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사회주의 사상도 계획 경제도 아니고, 자생적인 시장경제다. 그러나 대다수 북한 주민은 여전히 살벌한 독재 체제의 굴레와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필자는 북한의 심장으로 불리는 평양의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10년간 조사를 해왔다. 탈북자 100여명을 상대로 장기간 심층면접을 하고, 각종 자료 수집을 통해 평양의 시장경제 작동 시스템을 분석했다. 폐쇄적인 북한 내부를 자세히 연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북한의 통계자료와 탈북자들의 증언 역시 어느 정도 신뢰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조사한 북한 사회와 경제의 현실을 공유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이 처한 현실과 고통을 함께 느끼고 새롭게 다가올 한반도의 미래를 고민해 보자는 취지에서 연재한다. |

1. 평양을 대표하는 산업, 물류, 시장경제의 중심지
평양시 락랑구역은 한반도 고대사의 현장성과 현대 북한 경제의 역동성이 교차하는, 남북 모두에게 상징적 의미를 지닌 공간이다. 대동강 남쪽 기슭에 자리한 이 지역은 기원전 2~3세기 낙랑군의 중심지로, 정백마을과 토성리 일대에 대규모 고분군과 유적이 산재해 있다. 토성리 고분군에서는 세형동검, 청동거울, 마구 장식품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된다. 고조선과 위만조선, 낙랑군에 이르는 한민족 고대 문화와 국제 교류의 흔적을 보여준다. 낙랑구역은 단순한 행정구역을 넘어 한민족의 뿌리와 정체성 그리고 동아시아 고대사에서 평양의 전략적 중요성을 입증하는 고고학적 보고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유구한 역사를 품은 락랑구역은 오늘날 평양의 산업·물류·시장경제의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대규모 무역회사와 물류창고, 첨단 IT 합작기업, 평양 최대의 시장과 상업시설이 밀집해, 북한 경제 변화의 잣대이자 미래 산업의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 락랑구역의 주요시설과 랜드마크
락랑구역은 평양 내에서도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 중 하나로, 다음과 같은 다양한 시설과 랜드마크가 집중되어 있다. 주요 산업 시설과 평양과학기술대학교, 평양가죽이김공장, 하나전자, 메아리공장, 락랑구역담배공장, 락랑생리대공장, 락랑공산공장, 락랑껌공장, 락랑옷공장, 시멘트공장, 보안성산하 록산회사(자동차판매), 중앙당 통전부 산하 지성무역(주유소) 등 다양한 경공업 및 제조업 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이와 함께 대규모 무역회사 물류창고와 은하지도국물류창고 등 평양의 물류 거점이 집중되어 있어, 국내외 물류와 유통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평양과학기술대학교(PUST): 평양과학기술대학교는 평양직할시 락랑구역에 있는 북한 최초이자 유일한 사립대학으로, 2010년 개교했다. 남한의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과 북한 교육성이 공동 설립‧운영하며, 해외 동포와 국제적 지원으로 건립됐다. 이공계 특화 국제 대학으로, 정보통신공학부, 농생명공학부, 경영학부 등 다양한 학부가 있다. 교수진은 주로 미국, 유럽 등 외국 국적자로 구성되며,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학생 선발은 북한 내 주요 대학에서 1~2년간 수학한 우수 학생 중에서 이루어지며, 영어 능력이 중요하게 평가된다. 졸업생들은 정부, 연구소 등 주요 기관에 진출하거나 해외 유학 기회도 얻고 있다.
▶하나전자: 하나전자는 북한의 전자제품 생산, 특히 소비자 가전이나 산업용 전자기기 생산에 관여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으나, 통일거리시장 들어가는 입구에 자리 잡고 있다. 중국에서 부품을 가져다가 조립하는 수준의 회사로서 북한에서는 한국의 삼성과 LG 같은 회사라고 할 수 있다. 국제 제재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대외 거래나 수출입 활동에도 연관이 있을 회사이다.
▶평양가죽이김공장: 평양가죽이김공장은 북한 평양 락랑구역에 있는 경공업 공장으로, 최근 개건 현대화 공사를 마치고 2024년 12월 준공식을 가졌다. 이 공장은 가죽 및 가죽제품 생산을 담당하며, 원료 투입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모든 공정이 현대적으로 개선됐다. 생산 공정의 자동화와 현대화로 효율성과 위생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 북한 당국은 이 공장이 인민 생활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락랑구역담배공장: 락랑구역담배공장은 주로 중·저가 여과담배를 생산한다. 락랑구역에는 이러한 담배회사가 5개가 있다. 대표적인 상표로는 ‘금수강산’, ‘룡흥’, ‘수리개’ 등이 있으며, 이들 제품은 평양을 비롯한 북한 전역에 유통되고 있다. 특히 명절 등 특별한 시기에는 가격을 인하해 판매하기도 하며, 포장재와 필터 등 일부 자재는 재활용품을 사용해 생산 원가를 낮추는 특징이 있다.
▶통일거리시장: 통일거리시장은 북한 평양시 낙랑구역에 있는 대표적인 종합시장이다. 2003년 북한 최초의 합법적 종합시장으로 개장했다. 약 6000㎡ 규모이며, 폭 40cm 크기의 작은 매대 2200개가 밀집해 있다. 시장은 생선, 과일, 채소, 고기, 공산품 등 다양한 물품을 판매하며, 평양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다. 최근에는 김정은 방침에 따라 통일거리의 명칭이 ‘낙랑거리’로, 통일시장은 ‘낙랑시장’으로 변경되었다.
▶평양생리대공장: 평양생리대공장은 락랑구역을 중심으로 위치한 여성 위생용품(생리대) 생산 공장들을 일컫는 표현이다. 대표적인 공장으로는 락랑봉화피복공장, 류경생활용품공장(옛 락랑위생용품공장), 그리고 대동강 생리대 생산 공장 등이 있다. 대부분의 공장이 평양 락랑구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제품 브랜드명에 ‘락랑’이 들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정은 집권 이후 품질과 종류가 다양해졌다. 팬티라이너, 날개형, 맞춤형, 가제천(천) 생리대 등 다양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대표 브랜드로는 ‘봉선화’, ‘락랑’, ‘대동강’, ‘밀화부리’ 등이 있으며, ‘봉선화’ 브랜드가 품질 평가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토성시외버스터미널: 토성시외버스터미널은 락랑구역 토성에 있다. 평양의 주요 시외버스 교통 허브 중 하나이다. 이 터미널은 사리원, 해주, 개성, 함흥, 원산, 청진 등 북한의 주요 도시로 연결되는 노선을 운영한다. 토성시외버스터미널은 단순한 교통시설을 넘어, 지역 간 물자 유통과 경제활동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터미널 주변에는 대규모 새벽 도매시장이 형성되어, 농산물, 수산물 등 각 지역 특산물이 유통된다. 1일, 11, 21일 장날에는 2~3만 명이 모이는 중요한 상업지로 기능한다. 버스 운행은 국가 명의지만, 실제로는 민간 투자자(돈주)들이 버스를 운영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토성새벽도매시장: 평양시 락랑구역의 토성도매시장은 토성 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있는 대표적인 새벽 도매시장이다. 이 시장은 새벽 4시 30분부터 시작되어 낮까지 이어진다. 건물이 없는 길거리와 골목, 공터에서 형성된다. 지방에서 상인들이 버스를 타고 농산물, 수산물, 공산품 등 다양한 물품을 가져와 도매 거래를 하며, 이곳에서 구입한 상품은 평양 내 여러 시장으로 다시 유통된다. 토성도매시장은 평양-사리원, 해주, 개성, 원산, 함흥, 청진 등 전국 각지에서 오는 버스 덕분에 신선한 농산물과 수산물이 집중적으로 모여들며, 하루에 2~3만 명이 몰리는 대규모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에서는 농촌 지역의 농장원들이 직접 기른 작물과 도시 상인들의 공업품이 교환되기도 하며, 평양 시민들의 생필품 공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류경금빛상업중심: 류경금빛상업중심(류경 골든 플라자)은 2023년 락랑구역 통일거리시장 뒤편에 중국 투자로 건설한 북한 최대 규모의 복합상업시설이다. 전체 면적 약 8만 7000㎡로, 기존 평양의 대표 쇼핑몰인 광복지구 상업중심(약 1만 2700㎡)보다 7배 이상 크다. 류경금빛상업중심은 북한이 사회주의 경제체제 내에서 상업 인프라를 고급화·현대화하려는 시도를 보여주는 상징적 시설이다. 평양 상류층과 외국인 방문객을 겨냥해 만든 쇼핑, 숙박, 오피스 기능이 결합한 복합상업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평양면옥: 평양면옥은 평양시 락랑구역 통일거리 6호구획에 위치한 대표적인 냉면 전문 음식점이다. 건물 길이는 약 132.8m, 너비 67.2m, 높이 12.6m로, 총면적은 7670㎡에 달하며 넓은 부지(4만2700㎡)를 자랑한다. 평양면옥은 전통 평양냉면을 비롯한 다양한 북한 요리를 제공하는 곳으로, 북한 내에서도 유명한 음식점 중 하나다. 이곳은 각종 요리품평회 등 공식 행사 장소로도 자주 활용되고 있다.
▶락랑박물관: 락랑박물관은 락랑구역에 2022년 새로 준공된 2층 규모의 박물관으로, 고조선 말기부터 서기 4세기 전반기까지의 락랑문화를 집중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본관 2층에는 락랑문화 개괄, 성곽, 무덤, 무기·무장, 마구·수레, 화장 및 치레거리, 용기, 과학기술 등 다양한 구획으로 나누어 약 2000점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주요 유물로는 좁은놋단검(세형동검), 좁은놋창끝, 화분형 단지, 고리자루쇠칼(환두대도), 금띠고리, 은술잔, 천마조각상 등이 있다. 야외에는 평양 일대에서 발굴한 대표적인 8기의 무덤이 원형대로 복원되어 있고, 이 박물관은 북한이 주장하는 “고조선에 뿌리를 둔 락랑문화”와 평양 중심의 한민족 역사를 강조하는 교육 및 선전의 거점 역할을 한다.
▶평양헬스장: 통일거리운동센터는 최근 여러 유튜브 브이로그와 언론 보도에서 평양의 대표적인 헬스장으로 자주 등장한다. 연건축면적 1만 3000㎡ 규모의 대형 스포츠 시설로 건강운동실, 수중 초음파실, 건강회복실, 탁구장, 청량음료점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러닝머신 등 현대적인 운동 기구도 있어 평양 내에서도 최신식 시설로 꼽힌다. 다만, 일반 주민보다는 일부 특권층이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의 변화된 피트니스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다.
▶동평양화력발전소: 동평양화력발전소는 평양시 낙랑구역 대동강 남쪽에 있는 대형 석탄 화력발전소로, 평양시의 전력 공급과 통일거리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중앙난방을 위해 건설됐다. 1989년 착공해 약 2년 반 만에 완공했다. 부지면적 약 42~46만㎡, 건축면적 약 16만 6000㎡다. 발전설비는 소련의 지원으로 도입됐다. 1992년까지 1, 2호 보일러 조립, 이후 3호 보일러까지 가동했다. 발전용량은 약 50만~70만 kW(500~700 MW)로 추정된다. 동평양화력발전소는 평양의 전력과 난방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나, 평양화력발전소 등과 함께 평양의 만성적인 전력 부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다.
▶록산회사: 록산회사는 보안성(사회안전성) 산하에 있는 무역회사로 주로 자동차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 약 400대의 택시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시에는 많은 무역회사의 본사가 집중되어 있는데, 특히 락랑구역과 만경대구역에 다수의 무역회사가 있다. 록산회사는 평양시의 택시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기본요금은 3달러, 4km 초과 시 1km당 1달러가 추가되는 요금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무역회사들은 국가기관 산하에서 다양한 상업·운수 사업을 통해 외화 획득에 기여하고 있다.
▶락랑껌공장: 평양 껌 공장은 2003년 준공되어 20년 동안 40여 종의 신제품을 개발해 왔으며, 북한의 대표적인 껌 생산공장으로 꼽힌다. ‘락랑껌공장’이라는 명칭은 공식 언론에는 주로 ‘평양 껌 공장’으로 소개되고 있다. 다양한 맛과 종류의 껌을 지속적으로 개발·출시하고 있으며, 북한 내에서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제품을 생산한다. 공장 설립 이후 꾸준히 신제품 개발과 품질 개선에 힘써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과학의전당: 평양 과학의 전당은 평양 대동강 한복판 쑥섬에 위치한 대규모 과학기술 전시·교육 복합 시설이다. 2014년 착공해 2016년 완공됐다. 외관은 거대한 원자구조 모양으로 설계되어 과학의 상징성을 강조한다. 연면적 약 10만 6600㎡,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의 대형 건물로 태양열 집열판을 통한 자체 전력 공급을 한다. 1층은 영화관, 학술회의장, 어린이꿈관 2층은 기초과학관, 첨단과학기술관, 과학탐구관, 응용과학기술관, 컴퓨터 학습 공간 3층은 가상과학실험실, 학술문답실 4층: 전자열람실 4D 입체영화관(률동영화관), 다양한 과학 실험·체험실, 전자도서관, 장애인 편의시설 등 첨단 시설이 구비되어있다. 내부 중앙에는 대형 ‘은하 3호 로켓’ 모형이 전시되어 있는데 북한 과학기술 발전의 상징적 랜드마크이자, 대중 과학교육과 첨단 정보 보급의 핵심 거점이다.
▶평양안과병원: 락랑구역에 위치한 대표적인 안과 전문병원으로, 국제라이온스협회와 한국라이온스협회의 지원으로 설립된 ‘평양라이온스안과병원’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연건평 약 1000평, 지상 3층·지하 1층 규모, 76개 병상 보유 등 북한 최대 규모의 안과 전문병원이다. 백내장, 녹내장 등 다양한 안질환 치료와 수술 가능하다. 유리체-망막 수술 등 고난도 안과 수술도 성공적으로 시행한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문수지구에 위치한 ‘류경안과종합병원’도 개원해 외래 및 입원 병동, 안경상점, 첨단 안과 검사·수술 설비를 갖추고 다양한 안과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평양안과병원은 남북 협력의 대표적 사례로 여러 국제단체와 한국 단체의 지원을 받아 설립됐다.
▶두루섬: 평양시 락랑구역 두루섬 협동농장은 북한 농업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곳에서는 비닐하우스를 대규모로 도입해 상품작물을 재배하고, 평양시를 비롯한 도시 식당과 시장에 공급해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두루섬은 대동강과 보통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한 비옥한 섬으로, 평양시 채소 생산의 중심지이다. 비닐하우스는 연중 작물 재배가 가능하도록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기후 한계를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주요 재배 작물은 배추, 무, 감자, 고추, 오이, 수박, 토마토 등이며, 생산성과 품질이 크게 향상되었다. 두루섬 농장원들은 개인 텃밭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직접 재배한 상품작물을 시장과 식당에 공급하며, 이는 북한 내 시장경제 활성화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비닐하우스에서 생산된 채소는 주로 자전거나 트럭을 이용해 평양 시내로 운반된다. 자전거가 많이 쓰이는 이유는 휘발유가 매우 비싸기 때문이다.

3. 평양시 락랑구역 시장경제 활동
● 대기업 무역회사 물류창고와 중소기업소
락랑구역은 평양시에서 늦게 개발된 곳으로 평양시의 끝자락에 있다. 넓은 대지에 널찍하게 아파트를 건설해서 빈 공간들이 많은 곳으로서 무역회사의 물류창고와 공장 건설이 용이한 곳이다. 그래서 중앙당과 군부 산하 대기업의 물류창고와 공장기업소가 위치하게 되었다.
무역회사 대형 물류창고만 약 10곳이 있으며, 이곳을 통해 전국 각지와 연결되는 1차, 2차, 3차 도매가 이뤄진다. 무역회사들은 중앙당의 엄격한 통제 아래 금속, 수산물, 농산물 등 주요 수출입 품목을 관리하며, 평양을 중심으로 전국에 물류를 분배한다. 락랑구역의 물류창고는 특히 중국과의 교역 거점 역할도 하며, 평양 소비시장뿐 아니라 평성, 사리원, 해주 등 전국 주요 도시로 상품을 공급한다.
대기업의 하부조직으로 가공사업소와 개인 가공업 등 3~5급 중소기업소가 2000개에 달하며 식료품·봉제·가내수공업·생활필수품 생산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업종이 포진해 있다. 이 기업들은 독립채산제 도입 이후 자체 경영과 수익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지역 경제의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
● 북한의 소프트 산업과 중국 합작 IT 회사
북한의 락랑구역 내 IT 기업들은 중국 등 외국 자본과의 합작 형태로 설립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고려정보기술센터 등은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IT 기술 개발, 소프트웨어 제작, 데이터 처리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락랑구역의 과학의 전당 데이터센터는 단둥, 북경, 나진·선봉, 유럽 등과 프로젝트를 연결하여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해외에서 사업을 홍보하고, 계약을 따내면 북한 내 IT 기업에 하청을 주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즉, 해외 법인이나 파트너가 프런트 역할을 하고, 실제 개발 및 데이터 처리는 북한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구조다.
북한 내 IT 전문가는 약 3만 명으로 추정되며, 이 중 약 50%는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예: 정부, 군, 공공기관 등)에 투입되고, 나머지 50%는 해외 사업에 관여하여 외화 획득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첨단기술 인재로 양성되어, 소프트웨어 개발, 애니메이션, 게임, 데이터 처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과학기술 중시 정책을 바탕으로, IT 산업단지에 입주하는 외국 합작기업에 우수 연구 인력을 제공하고, 첨단 IT 분야 사업을 적극 지원한다. 이러한 합작기업과 해외 연계 사업은 북한의 첨단기술 인재 양성, 외화 획득, 그리고 국제 IT 네트워크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평양시 락랑구역 주민들의 생존 전략
평양시 락랑구역 주민들은 국가의 배급 체계가 약화된 현실 속에서 다양한 생존전략을 개발해왔다. 이들은 시장 유통, 자급자족 농업, 가내수공업 등 여러 방식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있다.
▶토성 새벽도매시장을 통한 유통
락랑구역의 토성도매시장은 평양 동평양버스터미널 인근에 위치하며, 지방에서 시외버스로 실려 온 농수산물, 공산품, 특산물이 새벽 4시 반부터 거래된다. 2~3만 명이 각지에서 모여서 도매시장을 이룬다. 멀리서 온 상인들은 인근 아파트나 주택을 임시 도매창고로 활용해 물품을 보관한다. 특히 수산물은 공장기업소의 냉동실을 임대해 신선하게 보관하고, 이후 락랑장마당 등 평양 시내 여러 시장에 도매로 유통한다.
▶텃밭과 소토지 작물 재배
주민들은 집 주변 텃밭, 소토지에서 곡식, 채소, 과일을 재배한다. 특히 두루섬에서는 비닐하우스를 활용해 각종 야채, 과일을 키워내 출하 시기를 앞당긴다. 생산된 농산물은 자전거, 손수레 등 소규모 운송수단을 통해 각종 시장과 합의제 식당(음식점)으로 공급된다. 이 과정에서 가족 단위로 직접 유통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부산물을 활용한 짐승 기르기
아파트나 주택 내에서 돼지, 닭, 오리, 개(단고기) 등 가축을 사육한다. 사료로는 술, 두부 찌꺼기 등 식품 부산물을 적극 활용한다. 달걀, 오리고기, 단고기 등은 시장에서 직접 판매하거나 도매상에 넘긴다.
▶가내수공업 : 봉제산업
주민들은 옷, 한복, 양복, 이불, 양말, 학생복, 군복 등 다양한 봉제품을 가내수공업이나 봉제공장에서 생산한다. 생산된 제품은 시장 매대나 도매상을 통해 판매된다. 봉제공장은 수출 피복 무역회사 하청을 받아 운영되는 경우가 많으며, 중소기업이나 개인 자영업 형태로 활발하다.
▶수출피복공장 하청 개인자영업자
평양의 신흥 중산층과 돈주(자본가) 계층이 무역회사 하청을 받아 수출 피복 등 봉제·가공업을 운영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중소기업과 개인 자영업자가 참여해 일자리를 창출한다. 무역회사와 연계된 상품 유입, 중국과의 합작 사업 등은 락랑구역 주민들의 생계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락랑구역 주민들은 각자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생존 전략을 통해 생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주민들의 생계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들의 자생적 생존 방식은 계속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4. 락랑구역의 경제적 의미와 전망
락랑구역은 평양의 산업·물류·시장경제를 상징하는 핵심 공간으로, 북한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살아 있는 현장이다. 이곳은 고분군과 유적을 통해 한민족의 뿌리와 국제 교류의 흔적을 간직한 동시에 대기업 무역회사와 중소기업, 각종 제조·가공업이 어우러진 현대적 산업지구로 성장했다. 대형 물류창고와 도매시장은 전국적인 상품 흐름의 출발점이자 집결지로 기능하며, 평양과 전국 각지로 상품이 분배되는 물류·유통의 허브 역할을 한다.
주민들은 배급 체계 약화 이후 시장 유통, 자급자족 농업, 가내수공업, 봉제산업 등 다양한 생존 전략을 개발해 왔고, IT·소프트 산업의 성장과 민간 주체의 활발한 경제활동은 북한 시장경제의 새로운 역동성을 보여준다. 특히 락랑구역의 발전은 북한 경제가 폐쇄적 계획경제에서 점진적으로 시장화·산업화로 나아가는 전환기의 상징이며, 대형 무역회사와 중소기업의 집적, 개인 상인과 돈주(자본가) 주도의 자생적 유통 네트워크는 북한 경제의 미래 방향을 가늠하게 한다.
앞으로도 락랑구역은 북한 내 물류·유통 혁신, 시장경제 활성화, 산업 다각화의 중심지로서 그 중요성과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다. 고대와 현대,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락랑구역의 다층적 풍경은 평양, 나아가 북한 경제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바로미터로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