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제품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 늘려라 [극한기후시대③]

화학제품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 늘려라 [극한기후시대③]

도시의 온도를 낮춰라
“열섬(Heat Island)에서 냉섬(Cool Island)으로”
지구 평균기온 사상 첫 1.5도 넘고 열대야도 최고치 경신

기사승인 2025-07-31 06:00:09 업데이트 2025-07-31 23:09:01
"아스팔트가 너무 뜨거워요"
전국 곳곳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환승센터 횡단보도를 시민들이 빠른 걸음으로 건너고 있다.
탄소제로시대, 신재생에너지 등 온갖 말잔치로 지구를 되살리자는 인류의 헛발질은 이미 실패로 결론났다. 가속화되는 지구온난화는 학자들의 예측조차 벗어난 극한기후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을 목표로 정하고 145조원을 투자키로 했지만 이제 5년 남짓 남은 2030년의 여름은 섭씨 40도에 가까운 날들이 이어질 수도 있다. 극한 폭염에 외부활동 자제 경고가 시도 때도 없이 울리고 열대야가 수개월 지속되는 여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1.5도 상승’은 인류 생존을 위한 마지노선이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 당시 전 세계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억제하자고 합의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무너졌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PCC가 2021년 논의한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는 204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1.5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2024년, 불과 3년 만에 지구 평균기온은 사상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상승해 1.55도를 기록했다.
‘너무 뜨거워요’
용인특례시 기흥구 상갈동에 위치한 금화1어린이공원. 흥미진진한 놀이기구를 갖춘 '주민참여형 어린이놀이터다. 하지만 이곳 역시 폭염이 이어지면 화학제품으로 범벅이 된 놀이터는 접근조차 어렵다. 

앞선 2023년에도 1.48도가 상승하며 당시까지 가장 더운 해로 집계됐지만 불과 1년 만에 그 기록은 또다시 깨졌다. 이처럼 지난 10년은 해마다 ‘역대 가장 뜨거운 해’가 반복되고 있다.
기후 전문가들은 지금이 ‘돌이킬 수 없는 티핑포인트’에 접어든 시점이라고 경고한다. 마치 체온이 1.5도에서 2.0도 오르면 응급실로 향해야 하듯 지구 역시 현재 응급환자 상태다.
과연 2025년, 지구는 얼마나 더 뜨거워질 것인가.
'무늬만 녹색'
경기도 용인시의 한 실외골프연습장. 연습장 바닥면이 주변 숲과 같은 녹색을 띄고 있지만 열화상 드론으로 촬영해보니 주차장과 함께 높은 온도를 나타냈다. 빨간색보다 노란색이 더 높은 온도이다.

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도 계속되고 있다. 30일에서 31일로 넘어오는 밤 서울 기온이 29.3도로 집계되면서 서울 시민들은 22일 연속 열대야를 보냈다. 서울에서 기상관측이 처음 이뤄진 1908년 이후 117년 만에 7월 열대야일 최다 기록을 세웠다. 기존 최다 기록은 21일 연속 열대야일 기록한 1994년이었다. 

기후위기가 일상화된 현실에서 열섬에 갇힌 도시의 온도를 어떻게 낮출 수 있을까. 열화상 드론과 열화상 카메라를 활용해 도시의 열 지도를 입체적으로 취재했다.

마지막 세 번째 회차에서는 친환경 에너지의 중요성과 화학제품 사용 줄이기,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들의 생활습관 변화와 실천을 통해 ‘기후변화 적응(Adaptation)과 완화(Mitigation)’의 방향을 되짚어본다.
지난 12일 드론으로 내려다 본 용인시 상갈동 통삼근린공원 내 놀이터 전경.  빨갛고 노란색이 주를 이룬다. 모두 우레탄과 플라스틱 놀이기구, 아스팔트 도로가 나타내는 색으로 온도가 올라갈수록 빨간색에서 노란색으로 표시된다. 같은 소재라도 짙은색이 더 높은 온도를 나타냈다. 천연잔디도 화학제품 만큼은 아니지만 열을 많이 받은 탓인지 붉은 색을 띄고 있었다.

1편: 회색 도시를 녹색으로 덮어라.
2편: 도시를 밝게, 물길은 뚫고 바람길은 열어라.

3편: 화학제품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 늘려라.
-생활 속 실천, 기후위기 대응 핵심
-'그린 앤 블루(Green-Blue)' 도시 인프라 구축
-기후위기, 미지의 세계로 진입

 화학소재 가득한 놀이터…“1분도 못 앉아요”
기후위기가 일상화된 지금, 도시는 열섬에 갇혀 있다.
지난 12일 기후재난연구소 최병성 상임대표와 함께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통삼근린공원을 찾았다. 한낮 최고기온이 34도에 이른 무더운 날, 공원 입구 그늘진 벤치에서 부채질을 하던 한 어르신은 안쪽 놀이터는 나무 그늘도 없고 너무 더워 1분도 못 앉겠다고 말했다.
공원 초입 등산로 입구 나무그늘 아래 할머니 두 분이 연신 부채질을 하며 이야기하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시설이 좋은 공원에서 쉬지 않는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할머니가 부채로 절레절레 흔들며 “거기는 1분도 못 앉아 있는다. 가서 확인해보라”고 한다. 

할머니들의 말처럼 공원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숨이 턱 막힌다. 공원은 잘 관리되어 있어 깔끔했지만 3만 평이 넘는 넓은 공간 어디에서도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공원 맞은편 데크길 인공 그늘막 아래에 겨우 고양이 한 마리가 눈에 띌 뿐이었다.

최 상임대표와 함께 연신 땀을 닦으며 열화상 드론을 하늘로 띄웠다. 드론이 보여준 놀이터는 붉고 노랗고 하얀 색으로 뒤덮인 고온 지대였다. 중간중간 나무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우레탄 바닥과 플라스틱 놀이기구, 도로였다.
최고기온이 34도까지 오른 지난 12일 11시경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통삼근린공원 놀이터 바닥 주변 소재의 온도를 측정해 보았다. 좌로부터 잔디 42.0도, 돌 경계석 51.2도, 흙재질 보도블럭 53.1도, 놀이터 내 밝은색 우레탄 74.6도, 짙은색 우레탄 82도를 가르켰다. 천연소재보다 화학제품 소재가 20도 이상 높은 온도로 표시되었고 천연잔디와 짙은색 우레탄은 무려 40도의 온도차를 보였다.

플라스틱 데크길과 인조잔디, 고무 매트 역시 모두 열을 머금고 붉게 달아올랐다. 온도계를 이용해 측정한 결과 이날 최고 기온이 오르기 전인 오전 11시 경인데도 이미 밝은색 우레탄 바닥은 74.6도, 짙은색 바닥은 무려 82도에 달했다.
12일 놀이터에서 만나 주민 임혜빈(기흥구 상갈동) 씨는 “이렇게 더운 날에는 아이들이 졸라도 놀이터에 잘 못 나온다”며 “화학소재 대신 천연소재 놀이기구와 그늘막, 물놀이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통삼근린공원에서 만난 임혜빈 씨는 "아이들이 좋아해 바닥분수가 가동되기 전 잠시 놀이터에 들렀는데 놀이시설은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거웠다"면서 "놀이기구 대부분이 화학제품 소재여서 아이들 건강에도 좋지 않아 보인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놀이시설 위에 그늘막을 설치하고 모래 등 천연 소재로 만든 놀이기구를 함께 운영하면 좋겠고 바닥분수 외에도 물놀이 시설을 마련하면 주변 온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얼듯 보기에는 같은 소재 같지만…"
노원구 경춘선공원 초입의 곰과 거북이 조형물, 잔디와 같은 녹색으로 만든 인조소재 조형물은 주변 나무, 천연잔디와 무려 30도 가까운 온도차를 보였다.

 “도심 열섬 심화…플라스틱, 인조소재를 친환경소재로 바꿔야”
김용범 푸른아시아 전문위원(이학박사)은 "놀이시설이나 운동장에 흔히 쓰이는 고무 매트, 인조잔디, 우레탄이 미세플라스틱과 유해 화학물질을 배출할 뿐 아니라 재활용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소각 시에는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도 발생시킨다”고 설명했다.
또한 “어두운 색상 소재는 햇빛을 흡수해 열을 가두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도심 생물의 서식환경을 악화시키고 열섬현상을 심화시킨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등급 1++ ‘강동구청’
강동구청 제2청사는 건물 외벽과 옥상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고 옥상녹화와 함께 외벽은 밝은 흰색(Cool Wall) 단열마감했다. 태양광 설치로 에너지 사용량은 약 65% 절감하면서 높은 친환경 등급을 갖춘 에너지 절약형·친환경 건물로 인정받고 있다.

기후재난, 친환경 에너지로 대응해야
기후재난은 해마다 더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요즘 같은 폭염과 열대야는 더 이상 이례적인 현상이 아닌 일상적인 기후 패턴으로 자리 잡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과연 우리는 이러한 미래를 피할 수 있는가. 전문가들은 그 해답이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우선 온실가스 감축 가속화가 필요하다. 아직도 인류는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84%를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내연기관차 감축, 고효율 설비 도입 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다.

도시를 녹지로 덮고 해가 잘 드는 옥상이나 벽면에는 태양광 설비를 해야 한다. 태양광은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대표적인 청정에너지다. 그늘을 만들어 건물 온도를 낮추는 효과도 있다.

제로에너지 빌딩과 제로에너지 하우스 건축도 함께 늘려가야 한다.
‘미래를 담았어요’ 노원 에너지제로주택(EZ House) 
노원 에너지제로주택(EZ House)은 국토부 공모사업에 노원구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사업수행기관으로 선정(2013년) 되었다. 기후변화시대에 탄소배출제로라는 기치를 내걸고 태양광과 지열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주거단지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서울 노원구의 ‘노원 에너지제로주택(EZ House)’은 상암동 서울에너지드림센터와 함께 대표적인 제로에너지 건축물이다. 고성능 단열재와 기밀 창호,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적용해 외부 에너지 공급 없이 자립이 가능한 구조를 갖췄다. 태양열 지열 풍력 등 청정에너지를 활용한 건물은 도시의 에너지 자립도와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함께 높인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기후재난시대에 재생에너지는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낮 시간대에 전력 피크를 완화하며 중요한 전력 인프라 역할을 담당한다”면서 “특히 도시는 에너지 소비가 가장 많은 동시에 재생에너지 잠재력도 높은 공간으로 건물 옥상, 공공시설 주차장, 방음벽 등 유휴 공간을 활용해 태양광을 확대하면 도심에서도 직접 전력을 생산하고 사용하는 자립적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취재에 동행한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는 “지난해 지구의 상승온도가 1.5도를 넘어서면서 시한폭탄은 이미 터진 상태다. 생활 속 탄소 줄이기에 시민들의 적극적 동참이 필요하다"면서 "화학제품 사용을 최소화하고 친환경에너지 확대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쿨루프, 쿨월 등 다양한 에너지 효율화 사업이 빠르게 시행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생활 속 실천이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에너지 효율 1등급 제품을 사용하고 불필요한 조명을 끄고 실내 온도를 여름철 26도에서 28도 수준으로 유지하면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다. 도보나 자전거를 이용하면 도로의 복사열, 타이어열, 배출가스까지 함께 줄일 수 있다.

가마솥 더위가 절정을 이뤘던 지난 27일 노원구 천수주말농장에 열대과일인 바나나가 주렁주렁 달렸다. 녹색어울림 이은수 대표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기후변화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기후위기에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기후적응을 해야한다”면서 “방법은 자연에서 답을 찾아야한다. 공간이 부족한 도심에서 옥상녹화나 벽면녹화, 도시농업 등을 통해 도시를 재자연화시키고 탄소흡수원을 늘려야한다”고 말했다. 

도시 열섬 저감과 탄소중립을 위한 시민 실천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기후기술(Climate Tech)과 지속가능한 ‘그린 앤 블루(Green-Blue) 도시 인프라’로의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얼마나 뜨거울까?
한낮 기온이 34도까지 오른 지난 12일, 용인시 기흥구 소재 금화1어린이공원 놀이터 한가운데 서서 온도를 측정해보니 예상되로 밝은색 우레탄 바닥은 74.6도 짙은색 바닥은 무려 84.2도 표시했다. 미처 2분도 서 있지 않았는데 온열환자로 실려갈 것 같은 느낌이다. 뜨거운 열기와 함께 화학제품 특유의 냄새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푸른아시아 오기출 상임이사는 “기후위기 미지의 세계가 시작됐다. 지금도 기후의 보복은 계속되고 있지만 앞으로 5년 후, 어떤 세상이 올지 상상하며 살아야한다”면서 “깨어서 준비해야한다. 기후위기에 대비해 도시인프라를 구축하고 적응시스템을 빠르게 갖춰나가야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지금 무엇을 선택하고 실천하느냐에 따라서 폭염의 계절을 '살아남는 계절'로 만들지 않을지는 결국 우리의 판단에 달린 셈이다.

글·사진 = 곽경근 기자
곽경근 기자
kkkwak7@kukinews.com
곽경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