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광은 참지 않지 [쿠키인터뷰]

김영광은 참지 않지 [쿠키인터뷰]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 주연 배우 김영광 인터뷰

기사승인 2025-08-02 06:00:07
배우 김영광. 넷플릭스 제공


배우 김영광은 참지 않는다. 작품을 대하는 연기자로서 그렇다. 특별한 기준이나 장르를 정해놓지 않고, 좋은 작품이라면 다 하고 싶단다.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의 문백도 그렇게 만난 캐릭터다. 최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대본을 한 번 읽고 바로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트리거’는 총기 청정국 대한민국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불법 총기가 배달되고 총기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가운데 각자의 이유로 총을 든 두 남자의 이야기다. 김영광은 극중 이도(김남길)와 미스터리한 공조를 펼치는 문백으로 분했다. 문백의 정체가 대형 스포일러였던 만큼 그간 인물 소개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그는 “이제 편하게 얘기할 수 있어서 좋다”고 후련해했다.

“문백이가 갖고 있는 여러 장치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이중적인 면을 잘 보여주면 멋지겠다고 생각했어요. 빌런일 때의 모습을 아주 매력적으로 만들 수가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일부러 이도를 의식한다거나, 의도적인 연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 알아채실 것 같아서 갑자기 나타난 초등학생 같은 애처럼 보이려고 노력했어요. 문백이의 과거만 너무 강조되지 않고, 어느 정도는 작품 안에서 오락적이길 바라기도 했고요.”

문백이 ‘트리거’를 보는 재미 중 하나가 되게끔 스타일링에도 힘썼다. “후반부로 갈수록 문백이의 시간이 끝나가는 면이 보이게 메이크업을 더 초췌하게 했었어요. 그런데 또 착장은 갈수록 화려해지거든요.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더 화려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만 자기 마음을 감출 수 있으니까요. 헤어 같은 경우에는 마침 머리를 기르고 있었고, 새치가 많은데 일부러 더 하얗게 칠해서 살린 거예요.”

배우 김영광. 넷플릭스 제공


총이 응징 수단이 되면 안 된다고 믿는 이도가 절제된 액션을 펼친다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문백에게는 대수롭지 않게 총을 쏘는 신이 여럿 있다. 김영광은 준비 과정에 대해 “특수부대 출신 선생님께 총 모형을 가지고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같은 것을 많이 교육받았다”면서도 “문백은 마음대로 쏘니까 자세에서 자유로웠다. 그래서 설득력을 고민하면서 촬영했다”고 전했다.

명대사 ‘문백이는 참지 않지’도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극내향인으로 소문난 김영광은 관련 질문이 나오자 “(나와) 잘 맞지 않았다”고 단번에 선을 그어 웃음을 자아냈다. “성격상 본인을 삼인칭으로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게 사실 웃겼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이 꼭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100% 감독님의 아이템이었어요. 사실 대본상으로는 몇 번 더 있었을 거예요. 너무 부끄러워서 ‘이제 안 하면 안 될까요?’ 물어보고 그랬어요. 화면으로 보는데 눈을 감고 싶었어요. 생각만 해도 얼굴이 빨개지는 것 같아요.”

‘트리거’를 마무리한 김영광은 9월 KBS2 드라마 ‘은수 좋은 날’, 10월 영화 ‘퍼스트 라이드’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나를 충전해줘’ 출연도 확정했다. 그는 스스로 “이것저것 다 잘 어울리는 배우”라고 자신하며, 다작에 대한 소망을 내비쳤다.

“더 많은 작품과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고, 좋은 작품들을 끊임없이 하면 좋겠어요. 장르와 관계없이 캐릭터가 하고 싶으면 선택하는 편이에요. 분장을 많이 하는 캐릭터를 한번 해보고 싶어요. 영화 ‘혹성탈출’이나 ‘판의 미로’에 나오는 염소 같은 캐릭터요. 판타지를 좋아하거든요. 모션 캡처 연기도 해보고 싶고요.”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