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은 괜찮고 다이소는 안 된다?…‘건기식 유통’ 온도차 이유는

편의점은 괜찮고 다이소는 안 된다?…‘건기식 유통’ 온도차 이유는

대한약사회, 다이소 입점 철회 요구 혐의 공정위 제재
CU‧GS25‧세븐일레븐, 올해 건기식 시장 본격 진입
직영 비중 높은 다이소…“편의점은 상대적으로 덜 위협적”

기사승인 2025-08-02 06:00:04
지난 2월 다이소가 건기식을 런칭했을 당시 서울시 한 매장의 건기식 매대 모습. 이다빈 기자 

접근성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건강기능식품 시장 선점을 노리는 다이소와 편의점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약사단체의 반발이 다이소에 집중되고 있다. 유통 구조와 확산 방식의 차이가 이러한 반응의 강도를 가른 것이란 분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약사회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2월 일양약품, 대웅제약, 종근당건강 등 제약사들에 다이소 입점 철회를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일양약품은 약사회와의 면담 후 다이소에 납품했던 초도 물량만 판매한 뒤 추가 공급을 중단했다. 공정위는 지난 3월 현장조사 등을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소는 올해 2월부터 전국 200여 개 매장에서 건기식 판매를 시작했다. 대웅제약과 일양약품의 칼슘제, 오메가3, 눈 영양제, 가르시니아 등 약 30종을 5000원 이하 균일가에 선보여 일부 매장에서는 인기 제품이 품절될 정도로 소비자 반응이 컸다. 그러나 약사단체와 약국가에서는 저가 건기식 유통으로 인한 약국 매출 잠식이 우려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약국 고유 기능이 위협받을 수 있고 다양한 유통채널에서 가격 경쟁이 벌어질 경우 건기식 시장의 단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할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건기식 유통 확대에 나선 것은 다이소만이 아니다. 건강과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시장 규모가 6조원대로 성장하면서 편의점 등 여러 유통채널이 건기식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CU는 다이소보다 오히려 먼저 건기식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해 말 서울 명동역점에 ‘건강식품 특화존’을 설치하고 피로 회복, 면역 케어 등 기능성 제품 30여 종을 선보인 데 이어 올 초에는 가맹점 대상 상품 컨벤션을 통해 건기식 운영 방안을 사전 안내했다. 그 결과 전체 점포 중 약 32%에 해당하는 6000개 매장이 건기식 인허가를 취득했으며 종근당, 동화약품 등과 협업한 제품을 5000원 이하로 구성해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GS25는 이달부터 전국 5000여 개 점포에서 건기식 30여 종을 선보인다. 삼진제약, 종근당, 동화약품, 동아제약 등과 손잡고 소용량 패키지 형태의 제품을 5000원대 가격으로 준비했다. 세븐일레븐도 하반기 중 건기식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이로써 편의점 3사 모두 건기식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상황이다.

이처럼 다이소와 편의점이 근거리 유통망을 기반으로 건기식 유통 확대에 나서고 있음에도 약사단체의 반발이 유독 다이소에 집중되고 있는 점에 대해 업계는 유통 구조 차이를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다이소의 직영점 수는 1093개, 가맹점은 483개로 직영점 비중이 약 70%에 달한다. 반면 대부분이 가맹형태로 운영되는 CU,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은 본사의 통제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편의점 가맹점주가 건기식 판매를 원할 경우, 직접 관할 지자체에 ‘건강기능식품 일반판매업’ 신고를 해야 하며 사전에 안전 위생교육을 이수하고 이후에도 연 1회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한 필요 시 ‘위해식품판매차단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같은 행정 절차와 매장별 판단에 따라 편의점의 건기식 판매 여부는 본사의 일괄 결정이 아닌 개별 점주의 선택에 달려 있다. 편의점 업계의 건기식 확장 속도가 다이소 대비 상대적으로 더딜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반면 직영 비중이 높은 다이소는 건기식 도입 여부를 본사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결정하고, 물류 및 진열까지 일괄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건기식 확대 과정에서 약사단체 등과의 별다른 갈등은 없었다”며 “소비자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건기식을 발주하려는 점주들도 늘고 있어 앞으로 점진적으로 시장에 안착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다이소에 비해 편의점은 개별 점주가 운영하는 자영업 구조로 인식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협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구매 수량의 경우도 다이소는 목적 구매가 가능한 대량 진열 방식인 반면 편의점은 상대적으로 매장당 재고가 제한적이어서 상대적으로 반발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