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실효성 논란…“민주당이 더 성의 있었다”

필리버스터, 실효성 논란…“민주당이 더 성의 있었다”

필리버스터, 국힘 11시간59분…민주당 12시간9분

기사승인 2025-08-06 18:07:54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가 시작되자 자리를 떠나고 있다. 김건주 기자

국민의힘이 방송법 개정안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시행했지만 실효성 없이 끝났다. 특히 이번 필리버스터를 주도한 야당보다 여당이 오히려 더 오랜 시간 참여하는 역설적인 상황까지 연출됐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일 국회 영상회의록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이어진 방송법 개정안 관련 필리버스터에서 국민의힘 신동욱·이상휘 의원은 총 11시간59분 동안 발언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김현·노종면 의원이 12시간9분을 사용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주도했음에도 민주당이 더 긴 시간을 가져간 셈이다.

‘무제한 토론’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여당이 더 성의있게 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거의 없었다”며 “오히려 여당 의원들이 더 긴 시간과 준비를 들여 필리버스터에 임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다음 임시국회에서도 국민의힘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토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필리버스터밖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지도부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라며 “여론이 안 받쳐주니 저항할 방법이 없다. 언제까지 이 방식으로만 대응해야 하느냐는 우려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에 야당의 입법 저지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이 쟁점법안을 다시 상정할 예정인 8월 국회 본회의에서도 비슷하게 흘러갈 전망이다. 민주당은 ‘방송3법’인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과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등을 순차적으로 표결에 부쳐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민주당이 3박 4일 정도의 회기만 확보해도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여당에서는 실효성 없는 필리버스터를 그만하라는 주문도 하고 있다.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아무 공감도 감동도 없는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시간 끌기 쇼를 이만 멈추라”며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필리버스터에 대한) 회의론이 깊어지고, ‘쇼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에도 방송 장악의 헛된 꿈을 놓지 못하는 부질없는 몸부림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미 없는 몸부림으로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개혁을 발목 잡다 자멸할 것인지, 아니면 진짜 대한민국을 위한 개혁입법에 초당적 협력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은 8월 본회의에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법 개정안) 중 하나인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을 먼저 해결할 방침이다. 방문진법은 7월 국회 회기 마지막날인 5일 상정됐지만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나서면서 표결 절차가 다음 회기로 넘어갔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종결된다.
유병민 기자
ybm@kukinews.com
유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