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구는 있다”…韓 철강, 상계관세 소송·반덤핑 제소 등 대응 ‘성과’

“탈출구는 있다”…韓 철강, 상계관세 소송·반덤핑 제소 등 대응 ‘성과’

- 미 상무부 상계관세 부과 대응 소송서 1차 승소
- 중국산 등 반덤핑 관세 부과 따른 효과 나타나
- 해외서도 반덤핑 관세 활용…韓 조선업과의 균형 등 조율도 필요

기사승인 2025-08-16 06:00:05 업데이트 2025-08-16 09:26:52
현대제철 공장에서 후판이 생산되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급 과잉, 미국 50% 관세 등 겹악재를 겪고 있는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 법·제도를 활용해 추진 중인 대응책들이 속속 효과를 거두는 모습이다. 다만 국가 간 통상 경계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합의점은 필요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23년 12월 미국 상무부가 포스코에 상계관세 0.87%를 부과한 데 불복해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16일 밝혔다.

앞서 미 상무부는 탄소합금과 후판을 수출하는 철강과 반도체, 석유화학 3개 산업을 묶어 저렴하게 제공하는 산업용 전기 사용량이 불균형적으로 많아 특정성이 존재하며, 이는 사실상 ‘보조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와 포스코는 상무부의 이 같은 판정에 불복해 포스코를 원고로 두고 정부가 제3자로 참여해 지난해 2월 미국 CIT에 제소했다. 정부는 상무부 주장의 근간이 되는 3개 그룹 구성에는 타당하고 공통된 기준이 없으며, 불균형성 역시 뒷받침 근거가 부족하다는 논리를 펼쳐왔다.

CIT는 한국 정부의 논리를 수용하는 한편, 지난해 12월 한국 측이 1차 승소한 상무부와 현대제철 간 소송 판례를 인용해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상무부는 앞서 2023년 9월에도 한국의 낮은 전기요금을 문제 삼아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자국에 수출하는 후판(두께 6mm 이상 철판)에 1.1%의 상계관세를 부과한다는 판정을 내린 바 있다. 한국 측은 CIT에 소송을 제기해 1차 승소한 상태다.

만약 상무부가 이에 불복하면 판정 후 60일 이내에 수정된 의견을 CIT에 제출해 추가 소송 절차에 돌입하게 될 수 있지만, 두 개의 유사한 재판이 모두 우리 측 손을 들어 현 상황만 놓고 보면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미국 정부가 국내 철강·알루미늄·구리에 대한 관세 50%를 유지한 가운데, 이 같은 판결은 국내 업계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한국 정부는 철강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중국산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반덤핑 관세 부과 정책도 적극 활용해오고 있다.

산업부 무역위원회는 앞서 현대제철이 중국산 후판과 일본·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제기함에 따라 지난 2월 중국산 후판에 최고 38.02%의 잠정 반덤핑 관세를, 지난달 24일 일본산 열연강판에 28.16~33.57%의 잠정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고로의 모습. 연합뉴스 

부과 결정 시점을 기준으로 6개월이 지난 현재,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 효과는 실제로 입증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한국의 후판 수입량 총 89만7670톤 중 중국산은 46만3414톤으로, 전체 수입 물량의 51.6%를 차지했다. 전년 같은 기간엔 국내에 수입된 후판 133만3028톤 중 중국산 후판 비중이 64.5%(85만9973톤)이었는데, 1년 사이 12.9%p가량 줄어든 셈이다.

이밖에 세아베스틸·세아창원특수강은 지난 4일 중국산 특수강 봉강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무역위에 신청했다. 특수강 봉강은 일반 철강 대비 고도화·경량화 특성을 가진 철강재로, 첨단부품이나 안전 관련 분야에 사용되는 소재다. 또 동국제강그룹의 동국씨엠은 중국산 도금·컬러강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해 소송 등 법·제도적 조치와 통상 정책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글로벌 통상환경 악화에 따라 베트남은 지난 4월 한국산 일부 아연도금강판 제품에 최대 15.67%의 반덤핑 관세를 임시 부과했으며,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달 한국·중국·베트남산 일부 철강 제품에 대해 최대 57.9%의 잠정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일본 역시 최근 중국과 한국산 열연아연도금 강판류에 대해 본격적인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도출까지는 약 1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국내 산업 간의 조율도 필요한 상황이다. 철강업 보호를 위해 중국산 후판에 대한 강력한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면서, 값싼 중국산 후판을 통해 원가를 절감했던 국내 조선업계가 볼멘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과 조선업은 매 분기별로 후판 가격을 협상해오고 있다.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철강업계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여파로 조선기자재업체가 무너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관세 부과와 더불어 오랜 기간 이어온 저가 수입재 공급 과잉 등 여파로 업계 어려움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법·제도적 활용과 더불어 철강업 지원책이 하루빨리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