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GA 프로젝트, ‘한미 조선업 동행’ 속 숨겨진 과제는?

MASGA 프로젝트, ‘한미 조선업 동행’ 속 숨겨진 과제는?

기사승인 2025-08-19 09:00:05 업데이트 2025-08-20 16:08:46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HD현대 제공

한미 양국이 1500억달러 규모의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마스가)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조선업 재건과 산업·안보 동맹 강화를 공식화했다. ‘한미 조선 대도약’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한편, 양국의 이해관계 차이로 인한 ‘동상이몽’ 가능성도 제기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빅3’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미국 내 신규 조선소 인수 및 건설 등 구체적 투자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정부는 약 1500억달러(한화 200조원 이상) 규모의 펀드를 통해 미국 조선업 재건과 한국 조선사의 미국 시장 진출을 지원하며, 국방비 증액과 연계해 마스가를 한미 정상회담 주요 의제로 추진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는 워싱턴DC에 전담 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 마스가를 통해 미국 해군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수주 확대와 고부가가치 선박 수출 증대, 한국 조선 기술의 글로벌 표준화 달성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토대로 국내 조선업의 지속 성장을 뒷받침하고 글로벌 시장 주도권 확보를 노린다는 구상이다.

반면 미국은 자국 조선산업 부흥과 인프라 복원, 국내 일자리 창출, 군사력 유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존스법’과 ‘번스 톨리프슨법’은 한국을 포함한 해외 조선사의 미국 시장 진출을 가로막는 장벽이다. 

존스법은 미국 연안 운송용 선박을 반드시 미국 내에서 건조하고 운영하도록 규정하는 법으로 해외 조선사들의 미 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번스 톨리프슨법의 경우, 외국 조선소가 미국 군함을 건조하거나 수리하는 것을 금지해 군함 분야에서의 해외 협력을 제한하고 있다.

업계 실무자들은 세부 사항에 대한 한-미 간 세심한 조율이 어려워질 경우, 마스가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선 경쟁력의 핵심은 자국의 숙련공 보유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수준 정도로 미 조선소에 한국인 숙련공을 할당하기란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해외 조선소 투자 실패 사례도 부담이다. 2006년 한진중공업은 약 2조원을 들여 필리핀 수빅에 조선소를 세웠지만, 낮은 임금의 현지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다단계 하청 구조로 운영하며 생산성은 한국의 30%에 그쳤다. 품질 문제와 납기 지연, 기술 이전 실패가 이어졌고, 잦은 산재 사망사고까지 발생하면서 ‘노동자의 무덤’으로 불렸다. 결국 2019년 회생 절차에 들어간 뒤 서버러스에 인수되며 실패로 귀결됐다.

현재 미국 내 상황은 이보다 더 까다롭다. 현지의 노동 숙련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인건비가 한국 조선사의 가격 경쟁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노동 구조 차이도 문제로 부각될 수 있다. 한국 조선업은 대규모 하청, 재하청 위주 운영으로 단기간 효율은 극대화하는 방식이지만, 운영이 장기화할 경우 원 하청 간 갈등과 노사 문제 심화가 우려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미국 내 선박 수요 구조도 불확실하다. 해운사가 적은 미국은 현재 상선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으로 LNG운반선과 군용 특수선 수요에 의존하는 편이다. 이들 선박은 단가가 높지만, 시황 변화에 민감해 안정적 수익을 담보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국내 산업 생태계 공동화, 울산·거제 조선업 중심지 일자리 감소, 고급 기술인력 유출, 국가 경제 기반 약화 우려 또한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단기 성과보다 꾸준한 투자·노동 환경 개선·현지 인력 육성과 기술 전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앞장서 미국에서의 지속 가능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균형 있는 전략과 섬세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선업은 여타 산업과 달리 단기간 수익이 나지 않고,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며 “흑자 사이클에 진입한 국내 조선업계가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미국과 윈-윈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주도해 안정적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