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넘은 K-방산…베트남 간 K9의 의미는

진영 넘은 K-방산…베트남 간 K9의 의미는

기사승인 2025-08-19 17:15:49
육군 11기동사단, K9A1 자주포 사격 훈련. 31일 경기 포천시 다락대훈련장에서 열린 포탄 사격 훈련에서 육군 11기동사단 용포여단이 운용하는 K9A1 자주포가 표적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사단은 이번 훈련에 장병 250여명과 K9A1 자주포를 포함한 궤도 장비 20여대를 투입해 전투사격 능력을 검증했다. 연합뉴스

국산 명품무기로 손꼽히는 K9 자주포가 베트남에 수출되면서 한국 방위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수출은 공산권 국가에 대한 K-방산의 첫 방산 수출이자, 동남아시아 국가로의 첫 방산 진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1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말 정부 간 거래(G2G)로 베트남과 K9 자주포 25문 이상을 수출하는 계약(약 3500억원)을 체결했다. 한국이 베트남에 무기를 수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베트남은 이로써 K9을 도입한 11번째 국가가 됐다.

실익 추구, 디커플링 흐름에 올라탄 베트남

베트남은 자본주의 경제를 도입하고 공산당 유일 정당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남중국해 스프래들리(쯔엉사) 군도를 둘러싸고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겪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제 구식 무기 체계에 의존해 온 탓에 군 현대화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디커플링 추세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한국은 방산 수출 확대 과정에서도 공산주의·권위주의 국가와의 거래에는 신중했지만, 미·중 갈등 이후 국제 통상 환경이 다변화하면서 실익 중심의 전략으로 전환한 것이다.

멈췄던 방산 협의체 재가동, ‘포괄적 전략 동반자’ 신호탄 

한국과 베트남은 과거 한국 해군이 베트남에 무상으로 퇴역 함정을 지원했던 경험을 시작으로, 2022년 수교 30주년을 맞아 국방 및 방산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후 한국 육군이 베트남 장병들을 대상으로 K9 자주포 조종·사격·정비 교육을 진행하는 등 실질적 교류를 넓혀왔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과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지난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2008년 이후 중단됐던 한·베 방산·군수공동위원회(차관급 협의체)를 17년 만에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11년 만의 방한과 함께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베트남 서기장은 방한 기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공장을 찾아 K9 자주포 생산 과정을 직접 확인하며 방산 협력 확대 의지를 나타냈다. 또 국산 지대공 미사일 요격체계 ‘천궁 II’에 관심을 보이고 LIG넥스원 방문을 예정하는 등 한국 방산 제품 전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후속 지원이 70% 차지 군수산업...베트남 방산 수출 지속 확대 예상돼

베트남이 한국산 무기를 도입할 경우,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의 무기체계와와 호환된다는 점에서 ‘탈중’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심순형 산업연구원 안보전략산업팀장은 “냉전 시기 사회주의 진영 무기를 집중적으로 활용하던 베트남이지만, 신규 무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 경쟁력이 확보된 한국에 러브콜을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위사업청도 지난해 12월 발간한 ‘해외국방조달시장 가이드북-베트남편’ 보고서에서 2033년까지 유망한 베트남 수출 품목과 예상 수출량을 꼽았다. △K9 자주포 108문(5억달러)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천궁-II) 6대(2억600만달러) △장갑차·전차용 사수조준경 110대(3292만달러) △레이저 인식 무기체계 218개(2608만달러) 등이다. 미그-21 등 구형 전투기 대체사업(4억6084만 달러), 호위함 개량 사업(2억6600만달러) 등도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분야로 선정됐다.

심 연구위원은 “방산 수출은 무기 도입 비중이 30%이고, 나머지 70%는 정비·부품 관리 등 후속 군수 지원이 차지하는 구조”라며 “MRO나 부품 관리를 위해 정비 수요는 무기 수출 함께 생기는 구조로, 베트남 방산 교역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