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아파트, 늘어나는 사이버 견본주택…‘실물은 봐야’

수십억 아파트, 늘어나는 사이버 견본주택…‘실물은 봐야’

기사승인 2025-08-21 11:00:05
서울 송파구 잠실르엘의 사이버 견본주택 모습. 잠실르엘 홈페이지

건설사들이 실물 견본주택 대신 사이버 견본주택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직접 확인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해 실물 견본주택도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송파구 잠실르엘 견본주택을 실물이 아닌 사이버로 공개했다. 잠실미성‧크로바아파트를 재건축한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최고 35층, 13개 동, 아파트 총 1865세대 규모로 재건축됐다. 지난 15일 HS화성도 대구 수성구의 ‘만촌 파크드림 에디움’ 견본주택을 사이버로 공개했다.

사이버 견본주택이란 분양 예정인 아파트 단지의 타입별 내부 구조를 온라인 가상현실(VR)로 체험할 수 있도록 소개하는 서비스다. 사이버 견본주택은 2000년대 중반 처음 도입되었으며 당시 청약 열풍으로 인해 특정 아파트 견본주택에 수만 명이 몰리는 등 혼잡과 부작용이 발생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등장했다. 2020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실물 견본주택 방문이 어려워지자 사이버 견본주택이 다시 주목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코로나19가 진정되면서 관심이 줄었으나 최근 비용 절감을 이유로 다시 유행하고 있다. 사이버 견본주택의 경우 실물 견본주택 비용의 10분의1 수준으로 알려졌다.

건설사들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일반분양 물량’이 적을 때 사이버 견본주택을 선호하기도 한다. 지난 2023년 현대엔지니어링은 송파구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을 사이버 견본주택으로 선보였다. 이 단지는 총 1265가구 규모이며 이 중 전용면적 49~74㎡ 299가구가 일반분양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청약 경쟁률은 152.5대 1에 달했다.

큰 시세차익이 예측되는 단지의 경우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해 사이버 견본주택을 공개하기도 한다. 잠실르엘의 경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큰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다. 잠실르엘 인근에 위치한 잠실파크리오 전용 84.79㎡는 지난 11일 29억8000만원, 지난 16일 30억원에 거래됐다. 반면 잠실르엘 74㎡ 분양가는 17~18억원 수준이라 약 10억원의 세사차익이 기대된다.

다만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아파트를 실물 없이 인터넷으로만 보고 분양받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된다. 사이버 견본주택은 정교하게 구현하더라도 내부 마감재나 자재의 질감 등을 세밀하게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실물 견본주택은 직접 현장을 방문해야 하지만, 사이버 견본주택은 집에서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다만 인터넷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어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건설사들이 실물 견본주택을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온라인으로 보는 견본주택은 소비자가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요즘처럼 고가 아파트가 많은 상황에서 소비자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실물 견본주택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림 기자
reason@kukinews.com
이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