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호 1억시대 코앞...‘머니무브’ 현실화하나

예금보호 1억시대 코앞...‘머니무브’ 현실화하나

기사승인 2025-08-22 06:00:05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예금자 보호 한도가 오는 9월1일부터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된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2금융권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이른바 ‘머니무브’가 발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예금자 보호한도가 1억원으로 상향된다. 예금자보호제도는 금융회사가 영업정지나 파산 등으로 예금 등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사를 대신해 예금 등을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보호 한도가 오르는 것은 지난 2001년 이후 24년 만이다. 

한도가 1억원으로 늘어나면 고금리를 쫓아 자금 이동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일 기준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연 3.04%로 은행 금리(2.48%)보다 0.56%포인트(p) 높았다.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입법예고 당시 2.64%였으나, 두 달 새 2.48%로 낮아졌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권은 금리를 줄줄이 내리고 있지만 저축은행은 특판 상품을 내세워 적극적인 예금 유치에 나서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머니무브’ 현상이 본격화하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16일 이후 은행권 예금 잔액은 2222조7000억원에서 지난달 말 기준 2270조4000억원으로 2.1% 늘었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은 98조2000억원에서 100조9000억원(2.8%), 상호금융은 921조6000억원에서 928조7000억원(0.8%)으로 증가했다. 금리가 높은 쪽으로 자금이 쏠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은행권과 2금융권에서 예금이 고르게 늘어난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형 저축은행에서) 대형 저축은행으로 자금 쏠림도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대규모 자금 이동 가능성을 낮게 본다. 고액자산가들의 은행 충성도와 안정성 선호가 여전한 데다, 은행·저축은행 간 금리 격차가 미미해 옮길 유인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번거로운 계좌 개설 절차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금리 이익이 크지 않아 소비자들이 움직일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인식은 잘 바뀌지 않는다”며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부실 우려도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저축은행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걸고 있지만 경영 환경상 한계가 있고, 번거로운 가입 절차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의 자금 이동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있다.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이 예금자의 심리에 변화를 주더라도, 돈의 흐름을 움직이는 결정적인 변수는 업권 간 금리 격차라는 것이다.

금융위와 예보가 공개한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예금 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올리면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25% 증가할 수 있다고 추산됐다. 과거 미국에서도 보호한도를 높인 후 저축은행 자산이 은행보다 더 많이 증가한 사례가 있다. 1980년대 보호한도를 4만달러에서 10만달러 상향한 후 3년간 저축은행의 자산이 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은 2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안수진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금융업권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확대된 보호 범위는 기존 분산 예치 수요를 완화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을 단일 금융기관에서 관리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며 “이에 따라 제도 변화는 금융업권 간은 물론 동일 업권 내에서도 자금 재배치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고 향후 금융기관 간 경쟁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의 자금 이동이 발생할 것”이라며 “저축은행이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을 일정 수준 회복할 경우 업권간 금리차가 다시 확대되면서 유의미한 자금 이동이 발생할 수 있고, 저축은행업권 내에서도 수신 기반의 양극화가 초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