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기관 통폐합을 직접 지시하면서 금융공공기관이 존립 위기에 놓였다. 정책금융기관 간 업무가 겹치고 재원이 효율적으로 쓰이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져온 만큼, 어느 기관이 구조조정의 칼끝에 설지 관심이 쏠린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 대통령이 지시한 공공기관 통폐합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구체적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면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TF 언급이 있었던 만큼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기관 통폐합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별도 지시를 했다”며 “통폐합 문제를 별도로 다룰 태스크포스(TF)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13일 “공공기관 통폐합을 해야 할 것 같다.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다”고 한 지 일주일 만이다.
김 실장은 특히 금융공공기관을 콕 집어 언급하며 “(숫자가) 너무 많아 기능 조정이 필요한 기관들”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공공기관 개편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용보증기금(신보)과 기술보증기금(기보)의 통합 논의가 대표적이다. 양사는 모두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 업무가 주를 이룬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는 유사 보증이 이어지며 혼란을 빚고 있다.
이와 함께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수출거래 보증,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기금의 주택담보대출 정책 일원화 등이 주요 검토 대상으로 꼽힌다.
다만 실제 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역대 정부마다 업무 중복과 비효율을 문제 삼았지만, 부처 간 이해 충돌과 노조 반발, 지역 민원, 일자리 축소 논란 등 현실적 장벽을 넘지 못해 번번이 좌초됐다. 2019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통합 논의는 수은 노조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한 금융공공기관 관계자는 “각 기관마다 소속 부처가 다르고 지역 이해관계나 국회 동의 등 정치적 변수가 얽혀 있어 추진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업무 중복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돼 실제 겹치는 부분은 크지 않다”며 “구조조정이나 비용 절감이 수반되면 노조 반발도 거셀 수밖에 없어 과정이 험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기관을 줄이는 과정에서 정책금융 공백이 발생하면,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이나 수출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보증기관 수가 줄어들면 민간 은행들이 위험 부담을 떠안지 않으려 해 기업 대출 기준이 더 까다로워질 가능성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급히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에겐 오히려 지원 지연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