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 신규 채용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영업점 감축과 조직 슬림화가 맞물리면서 과거와 같은 대규모 공채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올해 하반기 180명의 직원을 채용한다. 2022년 600명(상반기 200명·하반기 400명), 2023년 420명(상반기 250명·하반기 170명), 2024년 300명(상반기 100명·하반기 200명)을 채용해 전반적인 축소 흐름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하반기 195명의 신입행원을 선발한다. 우리은행은 2023년 상·하반기 각각 250명씩 총 500명을 채용했지만, 2024년에는 상반기 180명·하반기 210명 등 390명으로 규모를 줄였다.
하나은행은 하반기 신입행원 공채를 통해 170여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2023년 460명을 뽑았으나, 지난해엔 상반기 150명·하반기 250명 등 총 400명으로 전년 대비 13% 줄였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채용 규모를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올해 RS(Retail Service)직 일반직 재채용 인원이 350명 가까이 있어 신규 채용 확정이 다소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2022년 상반기 150명·하반기 400명 등 총 650명을 채용했으나, 지난해에는 총 230명(상반기 100명·하반기 130명)으로 줄었다. 2022년에 비해 지난해 채용 규모는 65% 가까이 축소됐다.
NH농협은행의 올해 하반기 채용 계획도 미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채용에서 올해 상반기 채용인원을 포함한 580명의 신입행원을 뽑았고, 하반기 채용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농협은행은 상·하반기 합쳐 2021년 477명, 2022년 560명, 2023년 650명을 뽑았는데 지난해에는 1145명(상 565명·하 580명)으로 대규모 채용을 진행한 바 있다.
인력 수요 감소의 배경에는 디지털화와 영업점 축소가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은행연합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시도별 점포(출장소 제외)는 2019년 말 5654곳에서 올해 7월 말 4572곳으로 줄었다. 감소율은 19.1%에 달했다. 은행들은 온라인 비대면 금융 확산과 업무 효율성을 주요 이유로 꼽는다.
조직 개편에 따른 슬림화, 희망퇴직 확대도 인력 축소를 가속화하고 있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일반직 정규직원 수는 2018년 6만2924명에서 2022년 5만5198명, 2023년 5만4808명으로 줄었다. 2024년에는 5만7382명으로 ‘깜짝 반등’이 있었지만, 이는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른 한시적 확대 채용 영향으로 분석된다. 기존 인력의 희망퇴직 규모도 확대하는 추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 디지털화와 영업점 축소가 맞물리면서 신규 채용 수요 자체가 줄고 있다”며 “대규모 공채가 사라지고, 필요한 인력은 수시채용으로 전환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이자 장사’ 비판이 거세 사회적 책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채용을 전면 축소하기보다는 규모를 조정하면서 청년층 일자리 기회는 일정 부분 유지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