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이전 기대에…들썩이는 부산 부동산 시장

해수부 이전 기대에…들썩이는 부산 부동산 시장

기사승인 2025-09-04 06:00:08 업데이트 2025-09-04 09:19:15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집 주인들이 해수부 이전 소식에 가격을 올려서 내놓고 있습니다. 9월 들어 집을 보러 오는 건수도 전보다 늘고 있어요” (부산 공인중개사 A씨)

정부의 해양수산부(해수부) 부산 이전에 따라 현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수요가 늘어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해수부를 부산 동구로 이전할 계획이다. 본관은 동구에 위치한 IM빌딩, 별관은 협성타워를 활용할 예정이다. 이번 이전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 발표한 대표적인 지역 균형 발전 공약 중 하나다. 이 대통령은 해수부를 부산으로 이전해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한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해수부 공무원은 약 850명 규모로 가족과 소속‧유관 기관 종사자까지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수천 명의 인구가 부산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수부 이전 기대감에 부산 부동산 시장도 들썩거리고 있다. 이전 예정지인 동구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동구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 4월 63건, 5월 46건, 6월 69건, 7월 70건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70건이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 전체 아파트 거래량도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2363건, 12월 2344건으로 2000건대를 유지했으나 5월 2731건, 6월 3194건, 7월 3344건으로 3000건대에 진입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해수부 이전 기대감에 예정지 근처 아파트, 주상복합 등의 가격도 오르고 있다. 협성휴포레부산진오션뷰 전용면적 69.51㎡는 지난달 5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평형이 지난 4월11일 4억6000만원에 거래돼 4개월 사이 7000만원이 오른 셈이다. 전용면적 82.87㎡는 지난달 7억4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 1월 5억8000만원에 거래돼 1억6000만원 상승했다.

청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7월 롯데건설이 선보인 ‘르엘 리버파크 센텀’은 1순위 일반공급 1961가구 모집에 총 9150건의 청약이 접수돼 당시 기준 올해 부산 지역 최다 청약 건수를 기록했다. 전용면적 84㎡는 56가구 모집에 6517명이 몰려 116.4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어 공급된 ‘써밋 리미티드 남천’도 흥행에 성공했다. 1순위 청약에 1만6286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22.62대1을 기록했다.

부산시는 해수부 이전과 관련해 구·군, 특별사법경찰과 합동으로 부동산중개업 대상 특별 지도·점검에 나섰다. 다음 달까지 동구(168곳), 영도구(122곳) 등 총 1741곳의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전월세 담합행위와 허위 매물을 중점으로 점검한다. 이번 지도, 점검에서 적발된 ‘공인중개사법’ 벌칙 위반 사항에 대해선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다만 전문가는 해당 지역에 대한 수요가 장기적으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행정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파급 효과로 일정 부분 수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전 예정지 인근에는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커서 부산 전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해수부가 이전하면 최소 850명가량이 함께 이동하게 돼 규모가 적지 않다”며 “일부 해양 관련 클러스터들도 함께 옮길 수 있어 파급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지방보다는 수도권에 매매 수요가 집중되는 점, 지방 미분양에 대한 우려 등을 고려할 때 주택가격의 움직임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유림 기자
reason@kukinews.com
이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