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훈풍에도 인력유출·파업 이중고…험난한 HD현대 ‘마스가’의 길

조선업 훈풍에도 인력유출·파업 이중고…험난한 HD현대 ‘마스가’의 길

기사승인 2025-09-05 06:00:08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 난항으로 7월 11일 울산 본사에서 파업하는 모습. HD현대중공업 노조 제공

HD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합병이 조선·해양 전 부문 시너지 확대라는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삐걱이고 있다. 글로벌 발주 회복으로 조선업 실적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고질적인 인력난에 파업까지 겹치며 HD현대그룹의 핵심 전략 ‘마스가(MASGA)’가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일부터 나흘간 연속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노조는 2~3일은 4시간씩, 4~5일은 7시간씩 작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벌써 7번째 부분 파업이다. 

이번 파업의 불씨가 된 HD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합병은 설계·건조·해양플랜트까지 아우르는 밸류체인 완성을 목표로 한다. 마스가 전략의 핵심 축이기도 한 이번 합병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빅딜’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노조는 합병 후 고용 안정 대책이 부족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교섭이 결렬된 뒤, 고용 보장 문서화를 거부한 사측의 태도가 파업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합병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중복 생산·부문 폐지가 결국 노동자들에게 희망퇴직과 강제 전환배치라는 희생을 강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가 전략 프로젝트인 마스가를 성공시키려면 노사가 힘을 합쳐야 한다면서도, 실질적인 고용 보장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협력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규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실장은 “이번 파업은 노란봉투법 때문이 아니라, 고용 보장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주 원인”이라며 “노란봉투법으로 사안을 단순화하거나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인력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조선업에서 파업까지 더해지며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2024년도 산업인력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조선 업종의 미충원율은 14.7%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9%포인트(p) 낮았다. 그러나 전산업 평균(8.3%)과 비교하면 6.4%p 높은 수준이다. 조선분야 산업인력은 최근 수주량 증가에 따른 작업물량 확대에도 불구하고 채용인력 부족으로 인해 전체적인 산업기술인력 부족 현상이 2020년 이후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노조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내년 3월부터 본격 시행되면 노조의 교섭력은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적 환경이 바뀐 만큼 노조의 발언권은 과거보다 강력해졌다”며 “구체적 고용·배치 로드맵이 노사 간 타결되지 않는다면 마스가 발목을 잡을 갈등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