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發 ‘성과급’ 후폭풍…삼성그룹 노조 곳곳 ‘개선 요구’

SK하이닉스發 ‘성과급’ 후폭풍…삼성그룹 노조 곳곳 ‘개선 요구’

기사승인 2025-09-05 11:35:04 업데이트 2025-09-05 11:48:33
삼성전자 서초 사옥 전경. 연합뉴스 제공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상한선을 없애기로 하면서 삼성 주요 계열사 노조가 잇달아 제도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수년째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한 불투명한 산정 방식에 불만이 쌓여온 가운데, 경쟁사의 파격적 보상안이 불씨가 된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은 ‘낡은 성과급 제도와 변함없는 회사’라는 제목의 공문을 지난 2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 등 경영진에 전달했다.

초기업노조는 “SK하이닉스가 최근 노사 합의를 통해 ‘영업이익의 10% 성과급 지급’을 확정했다”며 “반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투명하지 않은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 방식으로 성과급을 산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EVA 방식 기준은 직원 누구도 어떻게 계산되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성과급 제도’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수 없다”며 “회사가 성과급 개선 TF를 운영해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이후 발표나 성과는 전혀 없다”고 했다.

삼성의 성과급 제도는 초과이익성과급(OPI)과 목표달성장려금(TAI)으로 나뉜다. 이 중 OPI는 SK하이닉스의 초과이익분배금(PS)과 유사하지만 산정 기준을 EVA에 둔다.

OPI는 목표 이익 초과분의 20%를 재원으로 활용하되 개인 연봉의 50%가 상한이다. 실제로 올해 DS부문 OPI 지급률은 14%에 불과했다. TAI도 메모리사업부가 25%에 그쳤고,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는 각각 12.5%, 0%였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도 지난해 7월 EVA 기준을 문제 삼으며 창사 이래 첫 총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삼성SDI와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역시 각각 공문과 성명을 통해 “영업이익이 수조원이어도 성과급이 0원인 비상식적 결과가 있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임단협에서 성과급 상한을 없애고 영업이익의 10%를 10년간 나눠 지급하기로 했다. 올해 영업이익이 최대 39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임직원은 인당 1억원 이상, 간부급은 3억원 이상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부진한 실적 속에 누적된 불만이 하이닉스의 파격안으로 폭발했다”며 “성과급 문제는 삼성그룹 전체의 신뢰와 노사관계에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그룹 차원의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이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