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유실 사건을 추궁하던 중, 검찰 수사관의 욕설 메모가 드러나 소란이 빚어졌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청문회에서 ‘남들 다 폐기해, XX들아’라는 문구가 적힌 메모를 공개했다. 이 메모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 은신처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관봉권 띠지 관련 질의에 대비해 검찰이 작성한 답변지에 포함돼 있었다. 답변지의 ‘띠지 폐기’ 항목에 적혀 있었으며, ‘폐기→나 몰라!’, ‘지시 X’, ‘만약에’ 등의 메모도 함께 적혀 있었다.
서 의원은 해당 문구를 지적하며 “저건 무슨 말이냐. 오늘 무슨 자세로 나온 것이냐. 국회의원들이 XX이냐”고 따졌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정민 검찰 수사관은 “그냥 혼자 연습하다 적은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서 의원이 “관봉권 띠지 김정민이 폐기한 것 아니냐. 남들 다 폐기하듯이 본인도 폐기했다고 인정하는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김 수사관은 “제가 폐기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전성배씨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현금 5000만원 다발의 관봉권 띠지와 비닐이 서울남부지검에서 분실된 경위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관봉권은 한국조폐공사가 신권을 한국은행에 전달할 때 사용하는 띠지로, 검수 기계 번호와 처리 일시, 담당 부서, 담당자 코드 등이 기재돼 있다. 사건 당시 김 수사관은 서울남부지검 압수계에서 근무했다.
김기표 민주당 의원이 당시 상황을 묻자, 김 수사관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약 1000건의 압수물이 들어왔고 단 1건만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관봉권이라는 것 자체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원형 보전 지시를 받지 않았느냐’는 장경태 민주당 의원의 물음에는 “압수된 현금을 계좌에 넣지 않고 금고에 보관하는 것을 원형 보전으로 통용해 왔으며, 띠지 등 부수적 사항은 특별한 지시가 있을 때만 보관됐다”고 설명했다.
장 의원이 “지시는 기억이 나는데 돈다발이 기억 안 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추궁하자, 김 수사관은 “다양한 압수물이 들어오는데 어떻게 그거 하나만 기억하느냐”고 맞섰다. 같은 날 증인으로 나온 남경민 수사관 역시 “기억이 없다”며 “저는 해당 현금을 보지도 않았고 수리 담당자가 아니다”라고 증언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를 우롱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국민의힘 의원들은 증인과 참고인 채택이 편향적이고 부적절하다며 항의한 뒤 집단 퇴장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박건욱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이희동 전 1차장검사, 김정민·남경민 수사관 등 당시 사건 관련 인물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