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 ‘물류센터 없는 퀵커머스’ 승부수…시장 판도 바뀔까

쿠팡이츠, ‘물류센터 없는 퀵커머스’ 승부수…시장 판도 바뀔까

‘이츠마트’ 종료하고 ‘쇼핑’ 탭 신설…4㎞ 내 동네가게 연결
물류거점 없이 점포에서 바로 배송…비용‧확장 효율화
‘와우 멤버십’ 시너지로 이용자 락인 효과…“순차적 확대 계획”

기사승인 2025-09-09 06:00:24
쿠팡이츠 앱 ‘쇼핑’ 탭 내 반찬가게, 떡집, 신발가게, 정육점 등 동네 가게가 입점되어 있다. 쿠팡이츠 앱 화면 캡쳐 

쿠팡이츠가 음식 배달을 넘어 생활 전반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자체 물류창고 없이 동네 가게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쇼핑’ 탭을 신설해 퀵커머스 시장에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최근 ‘이츠마트’ 서비스를 종료하고, 앱 내에 새로운 ‘쇼핑’ 탭을 신설했다. 이 서비스는 반경 4㎞ 내 소상공인 점포를 연결하는 구조로, 현재 슈퍼마켓, 정육점, 과일가게, 꽃집, 생활용품점, 문구점 등 다양한 업종이 입점해 있다. 주문이 들어오면 매장에서 직접 상품을 준비해 1시간 내 배송이 가능하다. 

시범 운영 기간 쿠팡이츠는 중개 수수료를 낮춰 소상공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종료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서비스가 안정화될 때까지 인하된 수수료를 유지할 계획이다. 편의점의 경우 GS25를 시작으로 CU, 세븐일레븐 등 주요 브랜드 가맹점으로 확대도 검토 중이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지역 소상공인, 자영업자, 편의점주 등 일상에서 필요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업주들이 이츠에서 판로 확대가 가능한 쇼핑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는 단계로, 다양한 판매자와 협업 방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라며 “고객 경험을 고려해 쇼핑 서비스 적용 지역은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쿠팡이츠의 이번 전략은 과거 ‘이츠마트’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지난 2021년 서울 송파구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이츠마트가 쿠팡이 직접 운영하는 도심형 물류거점(MFC)에 재고를 확보해 놓고 주문 시 출고하는 구조였다면, 쇼핑 탭은 물류센터 없이 지역 내 매장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가게의 재고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물건을 매입해 입고하거나 거점을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 부담이 적고, 입점 매장 확보만으로 서비스 지역 확장이 가능하다. 퀵커머스 진입 장벽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쿠팡이츠의 행보는 단순 카테고리 확장을 넘어 비(非)식품군까지 영향력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음식 배달 서비스에서 와우 멤버십을 기반으로 점유율을 단숨에 끌어올린 경험을 살려, 신선식품과 생활용품, 꽃·문구류 등 일상적 소비재까지 서비스 범위를 넓혀 이용 빈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이츠 월간활성화이용자수는 1174만명으로 전월보다 2.4% 증가하며 1위 배달의민족과의 격차를 다시 줄였다.

특히 쇼핑 탭에 정육점, 과일‧채소가게 등 신선식품을 포함한 식료품 업체가 다수 입점하면서 배달의민족의 ‘B마트’, 요기요의 ‘요마트’, 마켓컬리 등과 경쟁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B마트와 요마트는 도심 곳곳의 소규모 물류창고(MFC)를 기반으로, 컬리는 권역별 집품·포장 센터(PP센터)를 운영하는 구조다. 이에 비해 쿠팡이츠는 매장 직배송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한다.

수익 모델은 ‘중개 수수료’다. 다만 이번에도 와우 멤버십과 결합한 시너지를 노린다. 쿠팡이츠 쇼핑에서 와우 멤버십 혜택을 적용하면 배달비가 무료이며 이는 재구매와 락인 효과를 강화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또 GS25, GS더프레시 등 주요 유통업체와 제휴를 통해 상품 카테고리를 대폭 확장했다. 이를 통해 약 2만여종에 이르는 상품을 앱 내에서 주문할 수 있게 하며 상품 선택 폭을 넓혔다.

쿠팡이츠는 쇼핑 탭을 통해 지역 기반 소상공인 퀵커머스 생태계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오픈마켓은 대형 셀러와 브랜드 위주로 구성돼 있어 소규모 동네 가게들이 온라인으로 판로를 넓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 대량 포장이나 물류 관리 인프라가 부족해 사실상 오프라인 매장 매출에 의존해야 했던 자영업자들에게, 새로운 판로 확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꽃집이나 문구점처럼 즉각 구매 수요가 많은 업종이 특히 온라인 퀵커머스 입점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퀵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사 서비스가 주로 마트나 편의점 등 대형 업체 위주로 입점을 확대하는 반면, 쿠팡이츠 쇼핑은 동네 가게를 중심으로 영업과 홍보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확장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딜 수 있다”며 “다만 퀵커머스의 본질인 ‘빠른 배달’을 근거리 입점으로 충족하고, 사장님 입장에서도 동네 장사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어 제품 품질 면에서도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