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배구연맹(KOVO)이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KOVO컵)에서 발생한 행정 실책에 대해 사과했다.
한국배구연맹은 14일 하루 동안 대회를 전면 취소했다가 다시 재개하는 촌극을 벌였다. “국제배구연맹(FIVB)으로부터 대회 개최 승인을 받지 못해 남자부 대회를 전면 취소한다”고 밝힌지 9시간 뒤 “FIVB로부터 KOVO컵 남자부 경기를 주어진 조건에 맞춰 진행할 수 있음을 승인받았다”고 발표했다.
앞서 FIVB는 1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막한 세계선수권대회와 남자부 컵대회 일정이 겹친다면서 컵대회를 개최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사를 배구연맹에 통보했다. FIVB는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종료 후 최소 3주 휴식 보장을 권고한 바 있다. KOVO는 이번 컵대회를 이벤트성 대회로 간주해 대회 개최를 요청했으나 스폰서, 상금, 초청 팀 등이 걸려있는 대회를 이벤트 매치로 보는 건 무리가 있었다.
결국 KOVO가 FIVB 조건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면서 대회가 극적으로 성사됐다. FIVB는 ‘KOVO컵은 정규리그와 관련하여 그 어떠한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 ‘KOVO컵을 위해 국제이적동의서(ITC)는 발급되지 않는다’, ‘외국 클럽팀이나 외국인 선수는 참가할 수 없다’, ‘2025 FIVB 남자부 배구 세계선수권 대회에 등록된 선수들은 KOVO컵 대회에 포함돼서는 안 된다’는 네 가지 조건을 걸었다.
KOVO의 실책은 배구 관계자들을 큰 혼란에 빠뜨렸다. FIVB의 유권해석도 얻지 못한 상황에서 대회를 재개하려다 일부 팀이 큰 손해를 봤다. 초청팀 자격으로 KOVO컵에 나서려던 태국팀은 끝내 대회 참가가 불발됐다.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도 ‘FIVB 조건에 따르면 선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회 중도 하차를 선언했다. 남자부 KOVO컵은 남은 6팀으로 대회를 치르게 됐다.
KOVO 사과문 전문
한국배구연맹은 이번 컵대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은 책임을 통감하며, 배구를 사랑해 주시는 팬 여러분과 관계기관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연맹은 컵대회 개최 전날인 12일 FIVB로부터 개최 불가를 통보받았고, FIVB와 대회 개최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조율했지만 13일 자정까지 개최에 대한 최종 승인 답변을 받지 못해 남자부 전면 취소를 결정하였습니다. 이후 14일 오전 4시경 FIVB로부터 조건부 개최 승인을 받아 대회를 재개하였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혼란을 야기해 커다란 불편과 실망을 끼쳐드린 배구 팬분들과 여수시 관계자들, 방송사 및 스폰서, 구단 관계자들, 해외 초청팀에 혼선을 빚게 한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고개 숙여 깊은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연맹은 이러한 일이 벌어진 원인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관련된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후속 조치를 진행해 나갈 예정입니다. 또한 FIVB와 더욱 원활한 소통 채널을 만들면서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해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업무를 진행해 나아가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