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이 환율 우대부터 외환계좌 자동입금 서비스까지 선보이며 크리에이터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크리에이터가 해외 기업으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익이 커진 영향이다. 정작 크리에이터들은 불안정한 프리랜서로서 환율 우대 등의 혜택보다는 대출 심사 등에서 실질적인 금융 지원을 받고 싶다는 반응이다.
16일 취재에 따르면 은행권은 크리에이터 고객 유치를 위한 전용 금융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KB국민은행은 15일 ‘KB 디지털 크리에이터 우대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구글과 메타로부터 광고수익을 받는 크리에이터에게 월 1만달러 내에서 환율 100%를 우대해 준다. 외환계좌 자동입금 혜택도 제공한다. 해외에서 발생한 수익금을 건당 5만달러 이하 송금에 한해 고객의 외화계좌로 입금해주는 것이다. 여기에 별도의 증빙서류 제출도 면제한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크리에이터 전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3월부터 ‘크리에이터 플러스 자동 입금 서비스’를 통해 수수료 1만원 면제 및 환율 우대 90%(월 1만달러 내)를 지원한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말부터 ‘유튜버 자동입금 우대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서비스 이용 고객에게는 해외송금 수수료 면제와 함께 올해 12월까지 매달 환율 우대 90% 쿠폰을 제공한다.
은행권이 유튜버 전용 서비스를 내놓는 것은 유튜버 등 1인 미디어 창작자가 고수익 전문직에 버금가는 수익을 올리면서 새로운 핵심 고객층으로 부상한 영향이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1인 미디어 창작자 중 연간 1억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인원은 2019년 259명에서 2023년 4032명으로 15.6% 증가했다. 이들이 2023년 벌어들인 총수입은 1조7891억원으로 2019년(1012억원)에 비해 약 17.6% 늘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요즘 크리에이터 시장이 워낙 커지고 있다”며 “시장 점유율을 선점하기 위해 이들을 위한 서비스를 내놓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 전용 서비스를 두고 크리에이터의 호응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거래 은행의 상품만으로도 수수료 면제나 환율우대 혜택을 대부분 받을 수 있다”며 “크리에이터가 굳이 해당 혜택을 받기 위해 특정 서비스를 찾아 나설 정도로 반응이 뜨겁지는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2021년 크리에이터 대상 통장 상품을 출시했다가 시장의 반응이 미미해 올해 초 종료한 바 있다. 현재는 광고비 타발송금 도착 카카오알림톡 안내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
이는 환전 우대 등에 치중한 은행의 서비스가 크리에이터의 실수요와 어긋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A씨는 “메타에서 콘텐츠 성과에 따른 수익금을 원화로 통장에 입금해준다”며 “환전 우대 혜택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정적인 수익이 없는 프리랜서로서 단순한 환전 우대나 수수료 우대보다는 대출심사나 신용평가 등에서 안정적인 금융 혜택을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