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美 자동차 관세 ‘日 15%-韓 25%’…관세 역전에 업계 ‘초비상’ 

오늘부터 美 자동차 관세 ‘日 15%-韓 25%’…관세 역전에 업계 ‘초비상’ 

기사승인 2025-09-16 17:02:25
15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16일부터 미국의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15%로 인하 적용되면서, 한일 간 대미 자동차 관세율이 역전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한국은 경쟁국 일본보다 10%포인트(p) 높은 관세를 부담하게 돼 현지 가격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16일 완성차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부터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7.5%에서 15%로 인하 적용한다. 지난 7월22일 미국과 일본 간의 무역협상 타결 이후 56일 만에 발효된 것으로, 앞서 영국이 지난 5월 무역 합의 후 실제 관세 인하까지 걸린 54일과 비슷한 기간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 7월 31일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타결했으나, 최근 후속 협의에서 양국 간 이견을 보이는 등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15% 관세 인하 시점이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한미 관세 협상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5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협상 기간과 국익이 꼭 연결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대변인은 “정부가 출범한지 100일이 조금 지났고, 다른 정부가 이전부터 협상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보면 (협상) 장기화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완성차 업계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한국이 일본보다 10%p 관세를 더 부담하게 되면서, 미국 시장 내 한국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일본에 밀릴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 쏘나타 가격은 2만6900달러(한화 약 3713만원)로, 일본 동급차인 도요타 캠리(2만8400달러, 약 3920만원)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관세가 반영되면 쏘나타는 3만3600달러(약 4637만원), 캠리는 3만2600달러(약 4499만원)로 가격이 뒤집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시장에서 쏘나타 가격이 캠리보다 200만원 저렴했는데, 앞으로는 100만원 이상 더 비싸지게 된다”라며 “관세 협상 장기화로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되면, 국내 완성차 업계의 미국 내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고 꼬집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발생한 미국 이민 당국의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구금 사태 여파로 현지 생산 확대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지면서, 업계는 그야말로 초비상이 걸렸다.

이경진 한국자동차부품협회 정책연구소장은 “이제는 한국이 일본보다 10%p 관세를 더 부담하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현지 생산 확대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한국인 구금 사태로 현지 생산 확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관세 폭탄과 구금 사태 여파 등으로 국내 업계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며 “정부가 한·미 관세 후속 협상과 비자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국내 완성차 업계가 미국 시장 리스크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시장 재편 등 수출 다변화 전략을 통해 위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학훈 오산대학교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오늘부터 일본과의 관세율 격차가 생기게 되면서 미국 현지 시장에서의 한국산 자동차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관세 인하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미국 의존을 줄이고 중남미나 유럽 등으로 판로를 확대하는 방안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송민재 기자
vitamin@kukinews.com
송민재 기자